웃는다고 모두 유머는 아니다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을 좋아한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긴장을 풀고,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능력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사람을 웃게 하는 능력과 불편한 현실을 다루는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회의에서 실수를 지적받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
“제가 또 한 건 했네요. 회사에 이런 인재가 있어야죠.”
사람들이 웃는다. 긴장이 풀린다. 그는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뒤에도 실수는 남아 있다. 보고서의 숫자가 틀렸다면 수정해야 하고, 잘못 전달한 정보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고 나서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한다면, 웃음은 현실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 반대로 웃음으로 상황을 덮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두 사람은 똑같이 농담을 했다. 그러나 그 농담이 한 일은 달랐다.
심리학에서 유머는 방어기제의 하나로 다뤄진다. 정신의학자 조지 베일런트의 연구 전통에서 유머는 비교적 적응적인 방어 방식으로 분류된다. 불편한 현실을 완전히 부정하기보다 그 안의 모순이나 우스운 면을 발견해 감당할 여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물론 모든 농담이 방어기제인 것은 아니다. 농담을 잘한다고 반드시 성숙한 것도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웃음 자체가 아니라, 웃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다.
농담은 말이나 행동의 형태다. 유머는 상황을 바라보고 다루는 방식일 수 있다. 농담으로 긴장을 풀 수도 있고, 불편한 대화를 피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를 공격할 수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말만으로 그 기능을 확정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