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곳

by도시은둔자

새벽 1시 27분, 무인 편의점.

형광등은 윙윙거리고, 에어컨은 너무 세다. 손님은 나뿐이다. 계산대는 없다. 셀프 계산기만 깜빡인다. 라면 코너 앞에서 5분을 서성인다. 누가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가장 저렴한 게 아니라 가장 먹고 싶은 걸 고른다. 1,200원짜리 컵라면. 의자에 앉아 뚜껑을 연다. 창밖에는 택배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이곳은 도시 한가운데지만,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나도 아무도 찾지 않는다. 그 고립이 이상하게 자유롭다.

그 편의점에서 자주 보는 여자가 있다.

30대 초반, 매일 밤 11시쯤 온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한 번은 옆자리에 앉아 뭘 하는지 봤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유튜브도, 카톡도 아니었다. 그냥 하얀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다. 1시간쯤 지나자 그녀가 한 줄을 썼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리고 노트북을 닫고 나갔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왔다. 쓰는 속도는 느렸지만, 오는 것은 빠르다. 나는 그때 알았다. 그녀는 글을 쓰러 온 게 아니라, 아무도 없는 곳에 있으러 온 거다. 글이 써지는 건 그 다음 일이다.

우리는 주목받아야만 존재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항상 무대에 서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회의실에, 소개팅 자리에. 그러나 사람은 무대에서 자라지 않는다. 사람은 커튼 뒤에서 자란다. 불 꺼진 편의점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무인 편의점이 좋은 이유는 자유롭기 때문이 아니다. 낭만적이어서도 아니다. 그곳은 평가가 없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라면 하나를 5분 동안 고르는 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하얀 화면에 1시간 동안 한 줄 쓰는 걸 비웃는 사람이 없다. 탐색은 원래 그런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비로소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도시 은둔자란 사람이 없는 곳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시선이 없는 곳을 찾는 사람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나를 만난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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