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 또 험한 걸 가져왔네

영화 '호프' 리뷰

byJ Hyun

(※ 영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본 것인가."


영화 '곡성' 이후 11년 만에 컴백한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를 보고 나온 이들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일 것이다. 그만큼 요 근래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고 시도하지 않았던, '외계인'급에 가까운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전작 '곡성' 못지않게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요소들이 많고, 영화 제목인 '호프'가 뜻하는 의미도 난해하다. 진입장벽이 제법 있음에도, 묘하게 빨아들이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역시 나홍진 다운 영화다.


'호프'는 197,80년대 비무장지대 인근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호포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은 동네 청년들로부터 마을에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향한다. 현장에는 죽어있는 소 한 마리가 있었고, 청년들은 호랑이가 내려왔다며 마을 사냥꾼 해술(임현식)의 목격담을 들려준다. 이후 범석의 6촌이자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는 청년 성기(조인성)은 동료들을 데리고 호랑이를 찾으러 숲으로 향한다.


현장을 확인한 뒤, 인구 대부분이 노인인 호포항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범석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곳곳에 파괴된 건물과 참혹하게 죽은 사람들, 피어오르는 연기, 폐허가 된 땅이다. 도대체 누가 마을을 초토화시킨걸까. 범석은 총을 앞세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가고, 정체불명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인간보다 훨씬 크고, 강하고, 빠른 존재가 선사하는 엄청난 공포에 압도당한다. 극 중 대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비속어 "씨발"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지원 인력은 산불 진압을 위해 떠났고, 통신마저 두절돼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인 셈.


아수라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노인들만 남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범석은 순경 성애(정호연)와 함께 총을 잡고 미지의 존재와 혈투를 벌인다. 반면, 호랑이를 쫓아 산으로 향했던 성기 일행은 또 다른 미지의 존재들과 맞닥뜨리고 그들의 사냥감이 된다. 공포스러운 존재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성기 일행은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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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는 크게 2개의 스토리로 나눌 수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추적하는 과정과, 이들의 실체가 드러난 이후 생존을 위한 사투다. 심플한 로그라인을 기반으로 관객들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건 액션 요소다. 전방위적인 총동원령에 걸맞게 작은 마을에서 보기 힘든 별의별 총기들이 난무하고 도끼, 톱, 칼까지 추가돼 나뒹군다. 경찰차와 트럭, 말이 뒤엉키고 논과 마을, 숲, 그리고 도로 다채로운 배경을 오간다. 여기서 추적하다가 때로는 도망치고, 그러다 함께 뛰고 질주하면서 에너지는 끓어올라 분출한다.


온간 인간이 뒤섞이는데 모자라 각종 크리처까지 엉겨 붙는다. 초반 50분이 지나서 모습을 드러내는 외계인 바미기르(카메론 브리튼)부터 후반부 스토리를 장식하는 외계인 황후 조르(알리시아 비칸데르)와 시녀 아이도보르(테일러 러셀), 4족 보행 괴생명체로 변신이 가능한 마베이요(마이클 패스밴더) 등과 처절하게 맞붙는다. 이와 함께 소달구지와 우주선, 우주전함이 한 영화 속에 함께 등장하고 뜯기고 잘리고 터지고 폭발한다. 러닝타임 내내 폭주하는 액션 시퀀스를 구성하는 물량공세에 놀라고 이렇게 만들어낸 장면들이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다는 점에서 감탄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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