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움 IV
출근 지하철. 정장 차림의 남성이 다른 이의 어깨를 툭 친다. 우연히 만난 친구 사이로 보인다.
"어? 뭐야, 어디가."
"출근하지. 너는?"
"나? 출근하지."
"취직했어?"
"그래 드디어 했다!"
"진짜??? 네가…? 오래 살고 볼일이네."
그들은 시답잖은 대화를 몇 마디 더 나누고는 제 갈 길을 갔다. 취직했다던 남자는 친구의 반응 직후엔 장난스레 웃었지만, 그가 내린 후엔 조금 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천장 어딘가를 노려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알을 부지런히 굴리며 시바인지 휘바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다른 사람의 자격을 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벼운 기대나 예상을 넘어 마치 유전자에서부터 결정된 일처럼 강한 확신을 갖는데, 이들의 머릿속 장부에는 이미 꽤 많은 주변인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그 세계관에서는 아무리 발악을 해도 그 한계를 넘어갈 수 없다.
생각 자체는 문제 삼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떻게든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상대가 예상보다 좋은 소식을 들고 왔을 때, 내 세계관 속의 존재와 너무 큰 차이가 있을 때다. 그리고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리 길지 않다. 단 두 글자. 네가?
이런 표현은 좋은 소식을 들고 온 사람에게 1월 말 한강 수준의 찬물을 끼얹는다. 끼얹는 쪽은 운이 따르면 꽤 냉철한 사람으로 비치기도 한다.
"언니, 저 실기 합격했어요."
"엥, 네가?"
"네? 네… 됐더라고요."
"너는 실전 체질이 아니라서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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