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움 II
나는 유머를 좋아한다. 실력과는 별개로.
야심 차게 뱉은 농담이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돌아오면, 어휴, 좀 더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그게 농담이었음을 밝히곤 한다. 유머 감각의 높은 벽 앞에서 잠시 울적해지는 순간이다. 그래도 이 경우는 괜찮다. 나만 기분을 정리하면 되니까.
문제는 그 농담이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다.
"얼굴이 큰 거야, 어깨가 좁은 거야?"
여럿이 모인 자리였다. 오랜만에 본 누군가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떼려는데, 그가 먼저 말을 가져갔다.
"농담이야~ ㅋ"
그리고 웃었다. 주변도 따라 웃었다. 나도 웃었다. 내 표정이 채 다 만들어지기도 전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그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딱히 억울할 것도 없는데 속이 묘하게 쓰렸다. 웃어 넘기기엔 솔직히 뒷맛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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