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심해

조언을 빙자한 텃세들 III

by왕고래


J: “어떡해…. 나 살 너무 쪘어.”
K: “야, 나는 더 심해. 넌 괜찮아~ 내가 쪘지.”


나는 여성들이 나누는 체중 이야기에 좀처럼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다. 내 눈에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데 살이 쪘다며 걱정하고, 살을 뺐다며 기뻐하는데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니, 성별을 떠나 내 눈에는 외모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능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심리적 차이를 포착하는 쪽에 집중되었다고 위로해 본다….)


그런데 위 대화를 나누던 J와 K의 차이는 이 막눈으로도 구분이 가능했다. 살이 쪘다고 걱정하던 J는 내 눈에도 꽤 외형의 변화가 체감되는 상태였고, K는 그에 비해 훨씬 날씬했다.


나는 K의 답변을 들으며, J의 표정이 경직되는 걸 목격했다. “에이, 네가 살찔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그 말을 뱉기 전 J의 밝은 표정은 일순간 해제되었고 오른쪽 눈가가 잘게 떨렸다. 스산한 침묵이 흘렀다. 이내 웃는 얼굴로 뒤덮였지만 그녀에게 머물렀던 찰나의 살기를 보았다. 세상에, 왜 저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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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민을 낮잡는 표현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앞에서 다루었던 ‘나 때는’이다. 다만 이 표현에는 조건이 있다. 내가 상대보다 먼저 그 상황을 겪었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대 차이가 있는 선후배 사이에서 더 잘 작동한다. '나 때는'은 결국 '나는 더 심했어'의 머리말이고, 과거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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