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는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실수와 실패 시리즈 004

byJamin

스타트업은 실수를 줄여야 한다 를 읽고 쓴 용기를 가지고 패배하라 에 이어서 '틀림'의 두 얼굴

실수와 실패 시리즈 001 : 실수와 실패는 다르다.

실수와 실패 시리즈 002: 공정한 실험은 가능한가

실수와 실패 시리즈 003: 언제 멈춰야 하는가

실수와 실패 시리즈 004: 잘 지는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신뢰, 충돌, 헌신에 대하여


지난 편에서 오늘반찬 팀은 직접 배달 최적화 모델을 접었다.

데이터가 말하는 것을 따른 결정이었다.

개발 리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감정은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이번 편은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이야기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직접 배달을 접고 외부 대행 중심으로 재편한 첫 주.

개발 리드는 외부 대행 시스템과의 API 연동 작업을 맡았다.

그는 묵묵히 일했다. 코드를 짜고, 테스트를 돌리고, 슬랙에 진행 상황을 올렸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회의에서 드러났다.


월요일 주간 회의. 외부 대행 모델의 품질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사업 담당이 말했다.

"배달원 가이드라인을 강화해도 포장 훼손이 줄지 않고 있어요.

대행 업체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개발 리드를 봤다. 이전이라면 그가 먼저 기술적 관점의 의견을 냈을 것이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경로에서 훼손이 많은지, 시스템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드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사업 담당님이 판단하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는 기술 쪽만 볼게요."


짧고 깔끔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뭔가 빠져 있었다.


다음 회의에서도 그랬다.

그 다음 회의에서도. 개발 리드는 자기 담당 업무에 대한 보고는 정확하게 했지만,

그 이상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반론도, 제안도, 질문도 없었다.

마치 회의에 몸만 놓고 관점은 두고 온 사람 같았다.


사업 담당의 의견이 별다른 검증 없이 통과되기 시작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으니까. 회의 시간은 짧아졌다.

효율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빠르게 결정되고 있는 것들이 제대로 검증된 건지 확신이 없었다.


2주가 지났을 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 팀에서 충돌이 사라졌다.



충돌이 사라진 자리

충돌이 사라지면 팀은 조용해진다. 그리고 조용한 팀은 건강한 팀처럼 보인다.

의견 충돌 없이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회의 시간은 줄고, 표면적으로는 효율이 올라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2편의 기억이 있었다.


실험 설계 회의에서 개발 리드와 사업 담당이 기준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 그 시간.

그때는 괴로웠다. 한 시간 넘게 평행선을 달렸고, 에너지가 소모됐다.

하지만 그 충돌 덕분에 우리는 각 모델의 성공 기준을 세 가지로 통일할 수 있었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실험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충돌이 없다. 사업 담당의 제안이 나오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개발 리드는 기술 영역 밖의 의견을 내지 않는다.

나도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라는 안도감에 깊이 파고들지 않게 됐다.


어느 날 저녁, 퇴근 준비를 하는 개발 리드에게 물었다.

"요즘 회의에서 말이 없어진 것 같은데, 괜찮아?"


그가 잠깐 멈추더니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판단을 잘못한 거잖아요.

직접 배달 모델을 끝까지 밀었는데 결국 접었으니까.

제가 사업 방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위치는 아닌 것 같아요."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줬다.

개발 리드는 "직접 배달 모델의 실패"를 "자신의 판단력에 대한 실패"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델이 접힌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 접힌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다.

의견을 내봤자 또 틀릴 거라고. 혹은 틀리면 또 접어야 할 거라고.


실패의 소유권이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에게 가 있었다.



회고

다음 날, 나는 팀 전체 회고를 제안했다.

직접 배달 모델을 접은 이후 한 번도 제대로 된 회고를 하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접기로 결정하고, 바로 외부 대행 체제로 전환하고, 앞으로 달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회고 방식은 네 가지 질문으로 잡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무엇을 배웠는가.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함께 나아갈 것인가.

첫 번째 질문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사업 담당이 먼저 말했다.

"직접 배달 모델을 2개월간 운영했고, 동선 최적화를 적용한 후 배달 시간을 87분까지 줄였지만,

건당 비용의 비선형 증가가 확인되어 모델을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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