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시스템

2026 All-Day-Project (114/365)

byJamin

시스템이 나를 데려다준다 — 0편: "왜" 없이도 걸을 수 있다

시스템이 나를 데려다준다 — 1편: 목표와 시스템


새해가 되면 다짐을 한다. 올해는 운동을 하겠다, 바카라을 많이 읽겠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 1월에는 꽤 잘 된다. 2월에도 그럭저럭. 3월쯤 되면 슬슬 잊혀지기 시작하고, 여름이 오면 그런 다짐을 했다는 것조차 가물가물하다. 12월에 돌아보면 또 한 해가 그렇게 갔구나, 싶다. 내년에는 진짜, 라고 또 다짐하면서.


이 패턴을 수십 년째 반복하면서도, 나는 오랫동안 그게 의지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게을러서, 내가 약해서, 내가 충분히 간절하지 않아서. 그래서 해결바카라도 항상 같은 방향이었다. 더 강한 동기를 찾자. 더 확실한 이유를 찾자. "왜"를 찾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스콧 애덤스는 이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한다. 문제는 의지력이 아니라 프레임이라고. 우리가 설정하는 것이 "목표"인지 "시스템"인지가 결과를 가른다고.


차이는 이렇다. "올해 10킬로를 빼겠다"는 목표다. "매일 30분 걷겠다"는 시스템이다. "이번 분기에 앱 다운로드 10만을 찍겠다"는 목표다. "매주 사용자 피드백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반영하겠다"는 시스템이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목표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달성하거나 실패하는 것이고, 시스템은 오늘 하거나 안 하는 것이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한지, 실제로 겪어보면 안다.


목표를 세우면 달성하기 전까지는 계속 "아직 부족한 상태"에 머문다. 10킬로를 빼겠다고 했는데 3킬로밖에 안 빠졌으면, 객관적으로는 전진한 건데 기분은 실패자다. 7킬로가 남았으니까.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매일이 결핍이다.


그리고 만약—정말 만약—10킬로를 빼는 데 성공하면 어떻게 되냐. 잠깐 기쁘다. 그리고 곧 공허해진다. 이제 뭐하지? 다음 목표를 세워야 하나? 목표의 구조적 문제는 달성 전에는 결핍이고 달성 후에는 공허라는 거다. 어느 쪽이든 지속가능하지 않다.


시스템은 다르다. "매일 30분 걷기"를 시스템으로 돌리면, 오늘 걸었으면 오늘은 성공이다. 내일 또 걸으면 내일도 성공이다. 10킬로가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는 부차적이다.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승리이고, 그 승리가 매일 반복된다. 결핍도 공허도 없다.


그냥 오늘 할 일을 했다는 조용한 만족이 있을 뿐이다.


나의 "귀찮으면 하기"가 왜 2년 동안 살아남았는지, 이제 이 프레임으로 설명이 된다. 그건 목표가 아니었다. 어디에 도달하겠다는 게 아니라, 매일의 행동을 결정하는 규칙이었다. 귀찮은 일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하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르기. 목표라면 언젠가 달성하거나 실패하겠지만, 이건 매일 작동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2년이 지나도 유효했던 거다.


2년 전 글에서 박진영 씨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왜를 찾으면 할 수 있다"고 썼었다. 지금도 그 이야기가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박진영 씨가 매일 "아 배고파, 아 죽겠다"를 말하면서도 계속한 건 단지 "왜"가 있어서만은 아니었을 거다. "왜"가 있었으니 시작할 수 있었겠지만,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그것이 시스템으로 몸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식단을 관리하고, 연습하는 루틴. "왜"는 시동을 걸어주지만, 시스템이 엔진을 돌린다.


애덤스는 한 발 더 나가서 "열정은 허상이다"라고까지 말한다. 열정이 성공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성공이 열정을 만든다고. 이것도 과격하게 들리지만, 경험적으로는 맞는 것 같다. 나는 글쓰기에 열정이 있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다. 그냥 쓰기 시작했다. 귀찮았지만 했다. 쓰다 보니 가끔 재미가 붙었고, 재미가 붙으니 조금 더 쓰게 됐고, 더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글 쓰는 게 좋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열정이 행동을 낳은 게 아니라, 행동이 열정을 낳은 거다.


이걸 깨닫고 나면 "나는 열정이 없어서"라는 자바카라에서 자유로워진다. 열정은 전제 조건이 아니니까. 시스템을 먼저 돌리면 된다. 돌리다 보면 어느 날 불이 붙는 순간이 온다. 안 올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시스템은 열정 없이도 돌아가니까. 열정이 찾아오면 보너스이고, 안 찾아와도 시스템이 나를 앞으로 데려다주니까.


그러면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어떤 시스템을 돌릴 것인가. 그리고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애덤스는 여기서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시스템의 연료는 의지력이 아니라 에너지라고. 시간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관리하는 게 핵심이라고. 이건 나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말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같은 한 시간인데 왜 어떤 날은 되고 어떤 날은 안 되는지.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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