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ll-Day-Project (105/365)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57: 넷플릭스의 프로선수 비유 에 이어서
팀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대개 이렇습니다. "잘하는 사람을 뽑자." 자연스러운 생각이에요. 뛰어난 사람이 모이면 뛰어난 결과가 나올 거라는 기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도 아니에요.
제가 팀을 꾸리면서 가장 많이 했던 실수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이 사람이 뛰어난가?"만 물었지, "이 사람이 지금 이 팀에 필요한가?"는 묻지 않았어요.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팀에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 이미 셋 있다고 해봅시다. 회의를 하면 새로운 방향이 쏟아지고 토론은 뜨겁습니다. 여기에 네 번째로 또 한 명의 아이디어 천재를 데려오면 어떻게 될까요? 더 좋아질까요? 경험적으로 말하면, 대부분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방향이 네 개로 갈라지고, 누구의 아이디어를 따를지 결정하는 데 에너지가 소모되고, 정작 실행은 느려져요. 이 상황에서 팀에 정말 필요한 건 다섯 번째 아이디어가 아니라, 네 개의 아이디어 중 어떤 걸 먼저 해볼지 정리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이게 '조합'이라는 단어의 핵심이에요.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팀 전체의 균형을 보는 것. 요리로 치면 좋은 재료를 모으는 것과 좋은 요리를 만드는 것의 차이랄까요. 최고급 소금, 최고급 설탕, 최고급 식초를 한꺼번에 넣는다고 맛있는 음식이 되지는 않잖아요. 어떤 재료를 얼마만큼, 어떤 순서로 쓸지가 맛을 결정합니다.
제품팀에서 이 균형은 특히 중요합니다. PM, 디자이너,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역할 자체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거든요. PM은 "사용자가 뭘 원하는가"를 생각하고, 디자이너는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엔지니어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따지고, 데이터 분석가는 "정말 그런가"를 검증합니다. 같은 제품을 두고도 네 가지 시선이 동시에 존재해요.
이 다름은 불편합니다. 솔직히요. PM이 "이 기능을 다음 주까지 넣고 싶다"고 하면 엔지니어는 "그 일정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하고, 디자이너는 "그런 식으로 넣으면 사용자 경험이 망가진다"고 합니다. 회의 한 번이면 충분할 줄 알았던 이야기가 세 번으로 늘어나고, 가끔은 결론 없이 끝나기도 해요.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면 이런 마찰은 줄어듭니다. 의견이 빨리 수렴하고, 속도가 나고, 회의가 짧아져요.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어요.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면 편하지만, 같은 방향의 실수를 함께 하게 됩니다. 엔지니어끼리만 모이면 기술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것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고, PM끼리만 모이면 기획은 화려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칠 수 있어요. 다름이 만드는 마찰은 불편하지만, 그 마찰이 곧 보정 장치이기도 합니다. "잠깐, 그건 좀 다르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아?"라는 말이 나올 수 있으려면,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팀에 있어야 해요.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T자형 인재입니다. 한 분야에 깊은 전문성(세로 막대)을 갖되, 인접 분야와 소통할 수 있는 폭(가로 막대)도 가진 사람. 개념 자체는 좋은데, 저는 이걸 좀 다르게 봐요. T자형이 중요한 이유는 그 사람이 만능이어서가 아니라, 옆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엔지니어가 디자인의 언어를 완벽히 구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이 인터랙션이 어색하다"고 했을 때, 그 말이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라는 걸 알아들을 수 있으면 돼요. 그 이해가 있으면 마찰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고 대화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팀을 만들 때 제가 요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세 가지예요.
첫째, 지금 이 팀에 빠져 있는 시선은 무엇인가.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실행이 느리다면, 실행력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기술은 탄탄한데 사용자 감각이 부족하다면, 그 감각을 가진 사람이 필요해요.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게 조합의 시작입니다.
둘째, 이 사람은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과 일할 수 있는가. 아무리 뛰어나도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사람은 팀의 마찰을 갈등으로 바꿔버립니다. 반대로 자기 전문성은 분명하되, 다른 관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팀 전체의 대화 수준을 올려줘요.
셋째, 이 사람이 빠지면 팀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건 좀 냉정한 질문인데, 정말 유용합니다. 어떤 사람은 빠지면 바로 빈자리가 느껴지고, 어떤 사람은 빠져도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그 차이가 역할의 중요도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 역할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어요. 완벽한 조합은 없습니다. 아무리 신중하게 팀을 구성해도 부딪히고, 어긋나고, 예상과 다른 일이 생겨요. 조합의 기술은 처음부터 완벽한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고 계속 조정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한 번 짜면 끝나는 퍼즐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는 모빌 같은 거예요. 한쪽에 무게가 실리면 다른 쪽을 조정하고, 새 사람이 들어오면 전체 균형을 다시 보고.
그래서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는 한 번 답하고 끝나는 질문이 아닙니다. 팀이 존재하는 한 계속 돌아오는 질문이에요. 그리고 그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는 것 자체가, 선수가 아닌 단장의 시선으로 팀을 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을 모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잘 자라도록 어떻게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요? 다음 편에서는 "채용 너머의 문제"—사람을 키우는 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