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ll-Day-Project (106/365)
만드는 사람들의 협업법 — 1편: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만드는 사람들의 협업법 — 2편: 사람을 키우는 팀
채용 공고를 올릴 때 흔히 쓰는 문구가 있습니다. "경력 3년 이상", "해당 분야 실무 경험 필수", "즉시 투입 가능한 분". 이 문구들이 말하는 건 결국 하나예요. 들어오자마자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 이해합니다. 팀은 바쁘고, 가르칠 여유가 없고, 당장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니까요.
그런데 이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가면 이상한 곳에 도달해요. 모든 팀이 "이미 잘하는 사람"만 원하면, 아직 잘하지는 못하지만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서 자라는 걸까요? 누군가는 그 사람에게 첫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런데 다들 "우리 팀은 여유가 없어서"라고 말해요. 그러면 결국 아무도 키우지 않고, 모두가 남이 키운 사람을 데려오려고 경쟁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게 시장 전체로 보면 기묘한 광경이에요. 모든 팀이 FA 시장—이미 검증된 외부 인재—에만 매달리는 거죠. 프로 스포츠에서도 FA 영입만으로 팀을 만드는 구단은 단기적으로 반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승을 이어가는 건 자체 육성 시스템을 가진 구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외부에서 데려온 사람은 팀의 맥락을 모르고, 맥락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기존 팀원과의 조합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주니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의 속도는 느려지고, 시니어가 설명하고 리뷰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하고, 실수가 생기면 누군가 수습해야 합니다.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빠른데"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요. 이건 진짜예요.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게 빠르다"를 계속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시니어에게 일이 집중되고, 집중된 일은 병목이 되고, 병목은 팀 전체를 느리게 만듭니다. 시니어 한 명이 쓰러지면 팀이 멈추는 구조. 이건 효율이 아니라 리스크예요. 그리고 그 시니어도 결국 지칩니다. 가르치느라 느려지는 것보다, 혼자 다 안고 가다 번아웃되는 게 팀에는 훨씬 큰 타격이에요.
그래서 "키우는 것"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선택이 아니라, 팀이 지속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방법이에요. 어떻게 하면 팀의 속도를 크게 잃지 않으면서 사람을 키울 수 있을까.
제가 경험적으로 찾은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실패해도 괜찮은 영역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거예요. 제품의 모든 영역이 같은 무게를 가지지는 않습니다. 핵심 결제 로직처럼 한 줄의 실수가 치명적인 곳이 있고, 내부 어드민 도구처럼 실수가 나도 빠르게 고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주니어에게 처음부터 핵심 영역을 맡기면 본인도 긴장하고 시니어도 불안합니다. 하지만 "여기는 네가 마음껏 시도해봐도 돼. 문제가 생기면 같이 고치면 되니까"라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면, 실패가 학습이 됩니다. 야구로 치면 2군 경기 같은 거예요. 지더라도 경험을 쌓는 게 목적인 무대.
두 번째는 리뷰를 검사가 아니라 대화로 만드는 것입니다. 코드 리뷰, 디자인 리뷰, 기획 리뷰—제품팀에는 리뷰라는 이름이 붙은 시간이 많아요. 그런데 이 리뷰가 "틀린 것을 잡아내는 시간"이 되면 주니어는 위축됩니다. 리뷰를 받는 게 무섭고, 실수가 드러나는 게 두렵고, 점점 안전한 것만 하게 돼요. 반면 리뷰가 "왜 이렇게 생각했어?"로 시작되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결과가 아니라 사고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는 거죠. 시니어도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그 이유는…"이라고 자기 판단의 근거를 함께 공유하면, 주니어는 정답을 외우는 대신 판단하는 법을 배웁니다.
세 번째는 시니어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는 거예요. 많은 조직에서 시니어의 가치는 "직접 잘하는 것"으로 측정됩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고, 가장 복잡한 코드를 짜고, 가장 큰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것.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니어가 계속 그 역할만 하면, 팀은 시니어에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어느 시점부터 시니어의 진짜 가치는 "자기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잘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건 꽤 어려운 전환이에요. 직접 하는 게 더 빠르고, 더 잘 되고, 더 만족스러우니까요. 하지만 단장의 시선으로 보면, 선수가 직접 골을 넣는 것보다 팀 전체의 득점력을 올리는 게 더 중요한 순간이 옵니다.
이 세 가지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져요. 주니어가 성장하면서 기존 시니어의 부담이 줄고, 줄어든 부담만큼 시니어는 더 큰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한 명이 키운 사람이 다음 한 명을 키우면서 육성이 시스템으로 자리잡기 시작해요. 처음에는 느려진 것 같았던 투자가 복리처럼 돌아오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키우는 과정에서 시니어 자신도 성장합니다. 남에게 설명하려면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하던 것을 의식적으로 분해해야 해요. "나는 왜 이렇게 판단했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가르치는 행위가 곧 자기 전문성을 정리하는 행위이기도 한 거죠. 잘하는 사람이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가르치면서 더 잘하게 되는 겁니다.
A급 인재만 뽑겠다는 건 시장에 있는 파이를 나눠 갖겠다는 이야기예요. 사람을 키우겠다는 건 파이 자체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쪽이 지속 가능한지는 분명하죠.
좋은 사람을 모았고, 그 사람들이 자랄 환경도 만들었다고 합시다. 그다음 질문은 이겁니다. 이 팀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제품팀의 속도와 리듬—매일 이기려 하면 왜 오히려 지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