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ll-Day-Project (265/365)
전략을 반영하는 목적조직 에 이어서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실행되는 순간 조직의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 나는 이것을 '계획의 덫'이라고 부른다. 당신은 시장을 분석하고, 차별적 포지셔닝을 정하고, 재무 모델을 완성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그런데 실행 단계에 접어들면 어느 순간 전략은 사라지고, 조직의 일상적 관성만이 남는다.
이 글은 이 덫을 넘어설 완전한 실행 체계를 제시하려는 시도다. 어디서 싸울지(Where to Play)와 어떻게 이길지(How to Win)는 충분히 논의되었다고 가정한다. 내가 집중하려는 것은 그 다음이다. 전략이 조직의 호흡이 되는 순간, 그 해부학을 들여다보려 한다.
기능별 조직은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마케팅팀, 개발팀, 디자인팀, 재무팀, HR팀. 비슷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두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전문성을 깊게 키울 수 있다. 이 구조는 안정적 시장에서 기존 제품을 조금씩 개선할 때는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당신의 전략이 '기존 시장의 룰을 깨는 블루오션'을 향한다면, 이 구조는 치명적이다. 의사결정의 장벽이 생긴다. 개발팀이 새로운 기능을 만들려면 마케팅팀의 요구사항을 기다리고, 디자인팀의 승인을 받고, 재무팀의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기회는 사라진다.
바카라임은 분산된다. 고객이 불만을 느끼면 마케팅은 "제품이 별로라서"라고 하고, 개발은 "마케팅이 잘못 홍보해서"라고 한다. 어느 누구도 '고객의 전체 경험'에 대해 온전히 바카라임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은, 최고 경영진이 구상한 전략은 보고서로만 전달되고, 현장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시킨 일'만 처리할 뿐 '왜 이 일을 하는지'의 맥락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전략을 따르지 않으면, 조직이 전략을 대체한다.
해법은 '고객 성과'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목적 조직(Purpose-driven Organization)'이라 부른다. 전략이 '고객에게 어떤 특정한 성과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라면, 조직은 그 '성과' 하나를 온전히 바카라임질 수 있는 단위로 재편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개발팀, 마케팅팀, 재무팀으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전략에서 정의한 핵심 고객 가치를 기준으로 '크로스 펑셔널 스쿼드'를 구성한다. 하나의 스쿼드는 전략적으로 정의된 특정 고객 과제를 완결적으로 처리한다. 이 스쿼드 안에는 제품 디자이너, 테크 리드, 그로스 리드, 오퍼레이션 리드가 모두 포함된다.
여기서 오퍼레이션 리드—과거의 재무/회계 인력—는 단순히 숫자를 세는 사람이 아니다. 스쿼드가 시도하는 실험의 경제적 타당성을 즉시 계산하고, 목표 대비 성과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전략적 피벗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파트너다.
이 스쿼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스쿼드는 자신이 바카라임지는 지표에 대해 완전한 권한과 바카라임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신규 고객의 4주차 재방문율'이라는 지표를 바카라임진다면, 그 지표를 올리기 위해 제품을 수정하고, 마케팅 메시지를 바꾸고, 가격을 조정하고, 고객 지원 매뉴얼을 개선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이 스쿼드 리더에게 주어져야 한다.
이렇게 하면 '보고를 위한 회의'가 사라진다. 스쿼드 멤버들은 매일 아침 15분 동안 "오늘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는 무엇인가"만 논의하면 된다. 기능 간 협업은 이미 같은 팀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직 구조를 바꾸는 것은 뼈대를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 뼈대 위에 피와 살이 되는 문화가 덧씌워져야 움직인다. 내가 보기에, 스쿼드 조직이 살아 숨 쉬기 위해 반드시 자리 잡아야 할 문화적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정보의 투명성이다. 기능별 조직에서 정보는 권력이다. 예산은 임원만 알고, 매출 목표는 영업팀만 안다. 하지만 스쿼드 조직에서는 정보가 곧 실행의 연료다. 모든 스쿼드는 자신의 핵심 지표를 실시간 대시보드로 공개하고, 전사가 이를 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월 1회 전사 타운홀에서 각 스쿼드가 자신의 성과와 실패, 그리고 배운 점을 투명하게 공유한다. 정보가 공개되면, 조직은 내부 정치 대신 고객 가치에 집중하게 된다.
둘째, 의사결정의 주권이다. 우리는 '결재'라는 개념을 버린다. 대신 '자문'과 '통지'의 원칙을 도입한다. 스쿼드 내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실행 결정은 스쿼드 리더가 최종 결정한다. 다만, 이 결정은 반드시 관련된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문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스쿼드 리더의 몫이다. 이는 결정 속도를 극도로 높이고, 현장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든다.
셋째, 실패의 재정의다. 기존 조직에서 실패는 처벌 대상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안전한 길, 즉 기존 방식을 고수하게 된다. 하지만 블루오션을 향한다면 실패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필수적인 학습 도구다. 나는 '실패'를 '가설 검증 실패'와 '집행 실패'로 구분한다.
후자는 문제지만, 전자는 오히려 적극 포상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 후 반드시 사후 분해 세션을 열어 "우리의 어떤 가정이 틀렸는가,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를 문서화하고 전사에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쌓인 인사이트는 조직의 가장 소중한 무형 자산이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많은 기업이 "우리는 애자일을 도입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스크럼 마스터를 뽑고, 지라를 깔고, 스프린트를 돌린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왜일까? 애자일을 '프로세스'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프로세스로서의 애자일은 '용병'을 낳는다. 스프린트는 납기일이 된다. "이번 스프린트에 몇 개의 스토리를 클로즈했는가"가 성과 지표가 된다. 데일리 스탠드업은 보고회가 된다. 장애물이 있으면 스크럼 마스터에게 보고할 뿐, 팀이 함께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회고는 의례가 된다. "잘한 점, 아쉬운 점"을 적지만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마티 케이건이 말한 '용병 대 선교사' 개념은 여기서 결정적이다. 용병 팀은 '시킨 일'을 처리한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만 묻는다. 선교사 팀은 '문제 해결'에 헌신한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누구를 위해 해결하는가?"를 묻는다.
진정한 애자일은 선교사 팀에서만 살아 숨 쉰다. 선교사 팀은 프로세스에 얽매이지 않는다. 필요하면 2주 스프린트를 1주로 줄이고, 고객 피드백이 들어오면 과감히 스프린트를 중단한다. 그들은 애자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애자일하게' 일한다. 스프린트는 납기가 아닌 학습의 리듬이며, 리뷰는 보고가 아닌 고객과의 공동 검증이다.
애자일은 프로세스가 아니다. 미션을 향한 팀의 호흡법이다.
이제 이 모든 논의 위에 거대한 흐름이 덮쳤다. LLM과 생성형 AI의 등장이다.
전통적으로 조직은 '능력'에 과도하게 투자했다. 좋은 대학, 자격증, 연수원.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인재의 첫 번째 평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LLM은 코딩, 디자인, 데이터 분석, 법무 검토, 마케팅 카피 작성 등 정형화된 능력의 희소성을 완전히 파괴한다. 능력은 더 이상 곱해지는 변수가 아니라, 누구나 기본으로 갖춘 상수가 되었다.
새로운 방정식은 이렇게 재편된다. 차별화는 오직 두 영역에서 발생한다.
첫째는 의지다. "이 고객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열망. LLM은 좌절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의지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비대칭적 우위다. 용병은 능력이 뛰어나도 난관에 부딪히면 '내 일이 아니다'로 빠진다. 선교사는 '이것이 내 미션이다'라는 의지로 벽을 뚫는다.
둘째는 마인드셋이다. LLM은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 최적의 답'을 찾지만, 프레임을 전환하는 능력은 따라오지 못한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가"를 재정의하는 것, "이 데이터는 무엇을 말해주지 않는가"를 읽는 것, "실패가 아니라 학습이다"라는 인식 전환. 이것이 바로 인간의 영역이다.
이 변화 속에서 조직의 역할은 '지휘자'에서 '정원사'로 바뀐다. 과거에는 능력을 평가하고, 프로세스를 감독하고, 보고를 받았다. 미래에는 의지를 북돋고, 마인드셋을 코칭하며, 팀이 LLM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불필요한 결재와 보고를 제거한다.
그렇다면 회계팀, 법무팀, 인사팀과 같은 전문 기능은 완전히 사라지는가? 아니다. 이들은 본사의 '중앙 서비스 센터'로 존재하되, 그 역할이 '통제'에서 '지원과 고도화'로 완전히 바뀐다.
중앙 재무팀은 각 스쿼드의 예산 집행을 감사하는 대신, 더 나은 재무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템플릿과 시장 데이터를 제공한다. 중앙 인사팀은 정규직 채용을 심사하는 대신, 스쿼드가 필요한 프리랜서나 전문가를 빠르게 계약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구성원들의 스킬 업그레이드를 위한 부트캠프를 기획한다. 중앙 개발팀은 각 스쿼드의 코드를 리뷰하고 통제하는 대신, 각 스쿼드가 독립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안전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보안과 데이터 표준을 설계한다.
즉, 중앙팀은 '운전면허 시험관'이 아니라 '도로와 신호등을 만드는 설계자'가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가 구축한 모든 층위를 하나의 유기적 체계로 정리할 수 있다.
전략은 나침반이다. 어디로 갈지, 어떻게 이길지를 정의한다.
조직은 배다. 고객 성과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완결된 단위다.
문화는 바람과 물살이다. 배를 밀고, 방향을 잡아준다.
진성 애자일은 호흡법이다. 거친 파도 속에서도 침착하게 항로를 수정하는 생존 기술이다.
LLM 시대의 새로운 역할—의지와 마인드셋—은 선장과 선원의 심장이다.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 오직 이 문제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의지와 세상을 새롭게 보는 프레임만이 우리의 유일한 무기다.
중앙 기능팀은 항구의 정비소다.
각 배가 스스로 항해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자원을 제공하고, 고장 나면 수리해준다.
우리는 마침내 '계획의 덫'을 완전히 벗어났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 문서도, 기능별 조직이라는 구시대적 뼈대 위에서는 서서히 죽는다. 아무리 스쿼드를 구성해도, 용병적 마인드셋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고객 가치가 아닌 내부 정치가 판친다. 아무리 애자일을 외쳐도, 프로세스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성을 실행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를 모아도, LLM 시대에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함정을 꿰뚫었다.
우리는 고객 성과를 중심으로 묶인 스쿼드를 만들었고, 정보를 투명하게 열었으며, 실행자에게 결정의 주권을 주었고, 실패를 학습으로 재정의했다. 우리는 애자일을 단순한 프로세스가 아닌 호흡법으로 삼았고, 용병이 아닌 선교사 팀으로 거듭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LLM이 가져온 능력의 민주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의지와 마인드셋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
이제 우리의 전략은 완성되었고, 이 전략을 실행할 조직과 문화, 그리고 심장이 준비되었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우리 앞에 있지만, 우리는 이 불확실성을 탐험할 가장 완벽한 팀과 무기, 그리고 호흡법을 갖추었다.
실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시장은 우리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움직인다. 단 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