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팔지 않는 이야기

by마음의평화


저는 물건을 파는 사람입니다.


작은 구슬을 엮어 염주를 만들고, 태국에서 불상을 고르고, 네팔에서 싱잉볼을 찾아옵니다.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 ‘마음의평화’의 인스타그램에는 제가 만든 물건과 직접 고른 물건들이 올라옵니다.


사진을 찍고, 제품을 설명하고, 가격을 정하고, 판매 일정을 알립니다.


그러니 제게 글을 쓴다는 것은 대체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얼마 전부터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곳에서는 제품 판매는 연결도 되지 않죠.


물건을 파는 사람이 물건을 팔 수 없는 곳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셈이지요.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모든 일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선 무엇을 만들든 이유가 있어야 했어요.


심지어 좋은 아이디어라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왜 필요한지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했지요.


브랜드를 운영하기 시작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리더라도 생각할 것이 많았어요.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 사람들이 멈춰서 읽을까.


어떤 사진을 올려야 제품이 더 아름다워 보일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구매로 이어질까.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새 제가 하는 모든 행동에 목적과 성과를 따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사람에게 이런 고민은 당연한 일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팔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마음의평화를 운영하면서 참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마음에 드는 불상을 찾겠다고 태국까지 갔고, 네팔에서는 낯선 상인들과 싱잉볼을 고르며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 보는 원석을 발견하면 한참을 들여다보고, 오래된 물건을 만나면 그것이 어디에서 왔을지 궁금해합니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마음에 오래 남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모두 인스타그램에 올리지는 않았어요.


어떤 이야기는 너무 길었고, 어떤 이야기는 제품과 별다른 관계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대학생 때 좋아했던 운동화 디자이너의 이야기나, 12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며 느꼈던 불안, 염주를 꿰다가 손가락이 아파 파스를 붙이는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염주가 한 개 더 팔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제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지금의 제가 어떤 물건을 만들고, 왜 그런 물건을 좋아하는지 설명하려면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품을 소개하는 글에는 물건의 크기와 소재, 가격을 적습니다.


그런데 그 물건을 고르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좀처럼 적을 기회가 없더라고요.


저는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쓸모없는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처음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도 습관처럼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얻을까.


어떤 제목을 붙여야 더 많이 읽힐까.


브랜드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12년 동안 제품을 만들던 사람답게 글에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조금 우스워졌습니다.


쓸모없는 물건들을 만들면서 행복해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정작 글 한 편에도 쓸모를 찾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글을 써보려고요.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종종 불안하고, 매출을 걱정하고, 남들과 비교하는 제 모습까지 써보고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늘 무언가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예전에는 앱을 만들었고, 지금은 염주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제는 글을 쓰고 있어요.


만드는 것이 달라졌을 뿐, 제가 좋아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아름답다고 느낀 것,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기쁜 일이지요.


물론 이 글들이 언젠가 마음의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저도 기쁠 겁니다.


글을 읽던 사람이 제가 만든 염주를 궁금해할 수도 있고, 제가 고른 작은 불상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더라도 제 이야기를 읽고 잠깐 웃거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이제는 없어도 그만인 글까지 쓰기 시작했네요.


이 글이 몇 명에게 읽힐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늘은 글을 한 편 쓰고 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만들고도, 그것이 얼마나 쓸모 있을지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