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는 세계를 싣고

속을 감싼다는 것

bySusie 방글이




만두는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 존재한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건 거창한 계기가 아니라, 마트 냉동고 앞에서의 잠깐 멈춤이었다. 익숙한 이름들 사이에 낯선 단어들이 끼어 있는 순간이었다.


중국의 딤섬(dim sum)

일본의 교자(gyoza)

이탈리아의 라비올리(ravioli)

네팔의 모모(momo)

인도의 사모사(samosa)

폴란드의 피에로기(pierogi)


이름은 달랐지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언가를 안에 넣고, 감싸는 것.


그 단순한 구조 하나로 세계 곳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그 구조는 오래전부터 익숙했다. 한국에서 먹어온 만두만 떠올려도 그렇다. 찜으로 먹고, 삶아서 건져 올리고, 팬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내고, 어떤 날은 기름 속에 넣어 바삭하게 튀긴다.


어떤 날은 국물에 넣어 만두국으로 끓여 먹는다. 같은 만두인데 불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부재료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갖는다.


속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넣기도 하고, 채소를 더 많이 채우기도 하고, 김치를 넣어 시간을 함께 접어 넣기도 한다. 치즈나 감자를 넣어 예상 밖의 질감을 만들기도 한다.


같은 형태 안에 다른 시간이 들어 있다.

같은 껍질 안에 다른 선택이 들어 있다.


시선을 조금만 넓히면 그 익숙함은 국경을 넘는다.


중국에서는 얇은 피 안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증기로 익히고, 일본에서는 그것을 더 작고 단단하게 구워낸다.


이탈리아에서는 치즈를 넣어 소스 속에 풀어내고, 네팔에서는 향신료를 품은 채 김이 오르는 통 안에서 익는다.


인도에서는 삼각형으로 접어 기름 속에서 바삭하게 변하고, 폴란드에서는 감자와 치즈, 때로는 과일까지 넣어 물속에서 천천히 완성된다.


비슷한 구조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같은 "감싸는 형태"안에서 전혀 다른 시간이 익어간다.


이 사실을 따라가다 보면, 만두는 결국 완성된 음식이라기보다 어떤 시간을 담아내는 방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에 따라 안에 담기는 결은 조금씩 달라진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차이는 결국 한입에서 드러난다.


먹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얼마나 다져졌는지, 어떤 방식으로 익어왔는지.


어떤 것은 예상보다 담백하고, 어떤 것은 생각보다 진하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계속 손이 가는 것도 있고, 강렬했지만 금방 사라지는 것도 있다.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안에서 만들어진 시간은 전혀 같지 않다.


손으로 빚은 만두들이 냉동실 한 칸을 채우고 있다. 아직은 꺼내지 않은 이야기들처럼.


집에서 직접 빚은 만두. 모양이 예쁠수록 괜히 더 공들여 빚은 것 같고, 그럴수록 더 잘 먹히는 건 기분 탓일까.


세인트루이스에서 먹었던 toasted ravioli. 라비올리를 튀기면 이런 맛이 난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미국에서 흔히 먹게 되는 인도식 만두, 사모사. 같은 ‘감싼 음식’이지만, 이곳에서는 향신료로 자신을 설명한다.


중국의 딤섬, 네팔의 모모. 비슷한 형태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다르다.


미국 마트에서 만난 피에로기. 멀리서 왔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맛을 하고 있다.( 폴란드 식 만두)


미국 마트에서 흔히 보이는 라비올리. 같은 ‘감싼 음식’이지만, 이곳에서는 치즈로 자신을 채운다.


미국 마트 냉동 코너. 몽골식 만두와 일본 교자가 같은 칸에 들어 있다. 멀리서 온 것들이 이렇게 가까워진다.


미국 마트 냉동 코너에 놓인 비비고 만두. 멀리서 온 익숙함이, 여기서는 일상이 된다.


어릴 적 집에서 만두를 빚을 때면, 만두 모양이 고와야 예쁜 아이를 낳는다는 말이 으레 따라왔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말 앞에서는 손끝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다.


반죽을 접는 순간이 조금 더 느려진다.


어떤 결과가 이미 이 과정 안에서 달라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 때문이다.


가끔은 만두를 먹다가 잠깐 멈추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 오래 고민해서 만든 조합이라는 느낌이 스쳐 지나갈 때다.


나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한입에 넣는다.


그 순간 아주 짧게 이런 생각이 남는다.


“아, 안에는 이런 게 들어 있었구나.”


설명은 끝났는데, 맛은 아직 남아 있다.
형태는 사라졌는데, 기억은 조금 더 오래 머문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만두가 있다.


우리는 오늘도 겉모양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한입씩 조용히 알아가며 지나간다.


집에서 직접 빚은 만두로 끓인 떡만두국. 결국 우리는 가장 익숙한 맛으로 돌아온다.


결국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싸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그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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