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본 거여동

by슈릭밤


시그니엘 호텔 높은 곳에서 30배 줌으로 사진을 찍었다.


화면 안에 거여동이 들어왔다.


현대3차아파트가 보이고, 영풍초등학교가 보이고, 오주중학교도 보였다. 한 살 때부터 대학원 1학년까지 살았던 동네. 내 삶의 처음 25년이 담긴 곳이었다.


가까이 가면 아무렇지 않은 풍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메어졌다.


고향은 그런 곳이다.


주소 하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소. 그곳에는 어린 시절의 내가 있고, 부모님의 시간이 있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날들의 공기가 남아 있다.


나는 특별한 학생이 아니었다.


말썽을 피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한 학생이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했고, 내가 어떤 어른이 될지도 생각해본 적이 많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버스를 타고 삼성 코엑스 앞을 지나간 적이 있다.

정장을 입고 건물에서 나오는 회사원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고 싶다고.

지금 생각하면 참 소박한 꿈이다.


그런데 30년이 지나고 보니, 그때의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했고, 회사에서 오래 일했고, 가족을 만났고, 투자를 공부했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가끔은 이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바카라을 읽었고, 운동했고, 공부했고, 실패했고, 다시 해보았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지금을 설명할 수는 없다.

좋은 회사를 만난 일도, 아내를 만난 일도, 멘토를 만난 일도,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한 기회들도 내 힘만으로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향을 바라보면 감사가 먼저 떠오른다.

특히 부모님이 생각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던 시절에도 부모님은 가족을 위해 애쓰셨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던 때에도 나를 믿어주셨고,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해주셨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사랑이 있다.

지금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다.


독서가 쌓이고, 운동이 쌓이고, 경험과 실패가 쌓이고, 사람들과의 인연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러니 오늘의 작은 선택도 가볍게 볼 수 없다.


30년 전의 나는 지금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 역시 앞으로의 나를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꿈을 꾼다.

고향은 과거를 향하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미래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내가 시작했던 곳을 기억하며, 나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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