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6개월은 길었다.
금리는 빠르게 올랐고, 시장은 얼어붙었다.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던 시간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자산이 걱정의 이유가 되었다.
역전세와 대출, 줄어든 거래량처럼 숫자로 드러나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감정이었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자기 판단을 믿기 쉽다.
가격이 오르면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자 질문이 달라졌다.
얼마를 벌 수 있을까보다, 나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 자산을 오래 가지고 갈 수 있을까.
현금은 충분한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은 무엇이었나.
당시에는 그 질문들이 불안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불안이 내 기준을 다시 세우게 했다.
안티프래질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도 그때였다.
충격을 견디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격을 지나며 더 나은 기준을 갖추는 일.
위기를 경험한 뒤에는 현금이 왜 필요한지, 레버리지가 왜 조심스러운지, 공포 속에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알게 된다.
혼자였다면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멘토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보지 못했던 해결의 방향을 찾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이 마음을 붙잡아주었다.
나는 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위기를 무조건 기회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에게 위기는 실제 손실이고, 오래 남는 상처일 수 있다.
다만 위기를 지나며 무엇을 배웠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할지를 생각한다면 그 시간은 고통으로만 남지 않는다.
차와 시계처럼 내게 의미 있는 물건을 볼 때가 있다.
그것은 값비싼 물건이라서가 아니라,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온 기억을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때도 버텼다.
그때도 다시 방향을 찾았다.
그 기억이 다음 어려움 앞에서 조금 더 차분해지게 해준다.
위기는 지나간다.
그러나 위기를 통과하며 얻은 경험은 남는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다음 선택을 조금 더 신중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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