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여행하는 법
나는 완벽주의자다. 사실 완벽주의자 중에서도 게으른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한 번 올까 말까 한 “완벽한 때”를 기다리기 위해 일을 한없이 미뤄놓는 타입. 별로 바람직한 완벽주의자는 분명 아니다.
아무튼, 완벽주의자가 여행을 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짐을 싸는 것도 한세월이다. 남들은 한 시간이면 싸는 여행 짐을 두 시간 넘게 붙들고 앉아 있을 때도 많다. 완벽주의자의 짐에 “빠뜨린 물건”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 이런데도 번번이 여행지에서 “아! 그거!” 하면서 이마를 치는 일이 많으니, 허점투성이 완벽주의자라고 해야 하나.
완벽주의자의 여행법은 준비와 준비의 연속이다. 구글맵은 온갖 이정표로 빈틈없고, 엑셀 스프레드시트는 시간당 스케줄로 빡빡하다. 다만 여행이 늘 완벽할 수는 없는 법. 갑작스러운 비가 그치지 않아 흠뻑 젖은 처량한 생쥐 꼴이 된다거나, 기차역에서 죽을힘을 다해 뛰었어도 눈앞에서 기차를 놓친다거나, 꼭 사고 싶었던 하나 남은 기념품을 바로 앞사람이 홀라당 집어가는 일도 생기는 것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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