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단골 미용실 방문기

ft. 집에서 즐기는 100% 천연 헤나 염색 TIP

bySunny Sea


참 오랜만에 아지트 같은 단골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요즘 <질문하는 인문학> 바카라 집필에 온 신경을 쏟다 보니, 거울 속 제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었나 봅니다.


평소에는 정성 들여 혼자서 헤나 염색을 하며 예쁘게 관리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전체 염색을 할 시간이 없어 희끗희끗 눈에 보이는 부분 위주로만 부분 염색을 급하게 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머리색 전체가 일정하지 않고 얼룩덜룩해졌죠. 게다가 지인 자녀의 결혼식이 있던 어제는 글을 쓰느라 행사 앞든 저의 평소 제 루틴이었던 '머리 감고 몇 시간 동안 헤어롤 말아 헤어컬 만들기'조차 챙기지 못했습니다.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컬 없이 대충 수습하고 식장에 갔더니, 평소 제 모습과 너무 달라 마음에 안 들었던지 남편이 제발 미용실에 가서 염색도 제대로 하고 머리도 다듬으라고 성화를 부리더군요.


그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오늘 교회 예배와 '마음색칠하기' 동아리 모임을 마치자마자 곧장 미용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 같은 길치에게 작은 미션이 하나 생겼습니다. 늘 가던 길인데도 교회에서 직접 찾아가려니 혹시나 헤맬까 싶어 T맵을 켰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미용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다른 도시에 있는 이름만 덩그러니 뜨더군요. 결국 기억을 더듬어 예전에 살던 '매탄 이편한세상 아파트'를 내비게이션에 치고 찾아왔습니다. 아파트 정문 맞은편 쪽에 바로 위치해 있거든요.


제가 15년 넘게 의리를 지키고 있는 이 미용실의 이름은 '헤어짱 미용실'입니다. 원장님께 왜 인터넷에 검색이 안 되냐고 여쭤봤더니, 전에는 나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 나온다며 뭔가를 다시 등록해야 하나 본데 바빠서 아직 못하고 계신다며 수줍게 웃으시더군요. 저처럼 오랫동안 찾아오는 끈끈한 단골 손님들이 워낙 많으니, 굳이 인터넷 홍보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시는 숨은 고수의 여유 같기도 해서 속으로 혼자 미소를 지었습니다. 원장님이 저와 연배가 비슷하셔서 갈 때마다 마음이 참 편하고 말도 잘 통하는 곳이지요.


사실 저는 원래 어깨를 넘기지 않는 짧은 커트 머리에 펌을 고수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카들과 자녀의 결혼식이 줄줄이 잡히면서 한복을 입어야 해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죠. 그런데 주변에서 단발보다 긴 머리가 훨씬 잘 어울리고 예쁘다는 칭찬을 해주셔서, 지금까지 다듬기만 하며 어깨를 훌쩍 넘길 때까지 기르게 되었습니다. 머리를 기르고 나니 더울 때 질끈 묶거나 큰 집게핀으로 슥 틀어올려 고정하기만 하면 세상 시원하고 간편해서 참 좋습니다.



집에서 즐기는 홈케어, 100% 천연 헤나 염색 Tip!


시중의 수많은 헤나 제품 중에서도 저는 100% 천연 헤나 성분인 NUPUR Henna 100% 9herbs를 고집하며 몇 년째 홈케어를 해오고 있습니다. 누가 들으면 정말 놀라실 저만의 리얼한 셀프 염색 루틴을 공유해 드릴게요.


정수기 찬물로 반죽하기: 헤나 가루에 정수기 찬물을 섞어 덩어리 없이 곱게 녹여줍니다. 농도는 흐르지 않게 딱 케찹 농도 정도로 맞춰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도포 후 랩핑하기: 모발과 두피에 꼼꼼히 바른 뒤, 헤어가 마르지 않도록 랩으로 머리를 칭칭 감아줍니다.

3~4시간 방치 (혹은 밤새 잠들기): 천연 헤나는 오래 둘수록 효과가 좋아서, 저는 보통 3~4시간을 기본으로 둡니다. 가끔은 한밤중에 도포하고 베개에 수건을 두껍게 깔고 밤새 잠을 자기도 한답니다. 대단하지요? 이 말을 듣는 지인들은 입과 눈이 위아래로 벌어져 닫을 줄을 모른답니다.


물로 한참 씻어낸 후 샴푸&트리트먼트: 도포된 헤나가 물에 씻겨나갈 때는 정말 뻑뻑함 그 자체라 물로 한참을 성실하게 씻어내야 합니다. 그 후에 샴푸를 하고 린스나 헤어트리트먼트로 부드럽게 마무리해 줍니다.

다 감고 나면 뻑뻑했던 느낌은 사라지고 머릿결이 말도 못 하게 좋아진 게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모발이 눈에 띄게 굵어지고 탱글탱글해지는 것은 물론, 두피가 건강해져서 잔털 머리(새로 자란 머리)도 엄청 많아졌어요. 이 확실한 효과를 알기에 그 수고로움이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늘 미용실에 앉아 원장님께 알아서 예쁘게 해달라고 머리를 맡겼습니다. 오랫동안 다져진 신뢰가 있으니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지요. 오늘은 특별히 펌에 염색, 그리고 기분 전환용 브릿지까지 한꺼번에 대공사를 감행했습니다.


시술이 다 끝나고 원장님께서 "이것 보세요, 머리 너무 잘 나왔어요! 계속 집에서 헤나로 염색을 해오셔서 그런지 머릿결이 정말 좋아지셨네요." 하며 제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셨습니다. 화면 속 제 모습을 보는데 절로 감탄이 나오더군요.


어깨를 훌쩍 넘겨 풍성하게 내려앉은 머리칼 위로, 굵고 탱글탱글한 컬이 마치 흐르는 물결처럼 자연스럽고 입체적으로 살아있었습니다. 집필하느라 푸석해졌을 법도 한데, 100% 천연 헤나로 다져진 베이스 덕분인지 모발 하나하나가 힘 있게 굵어진 데다 윤기가 차르르 흐르고 있었습니다. 특히 전체적인 톤 다운 염색 사이사이로 과하지 않고 세련되게 결을 따라 스며든 브릿지 색상이, 제가 평소 집에서 혼자 헤어롤을 만 채 자고 일어나서 만드는 자연스러운 컬과 만나면 얼마나 더 예쁘게 어우러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평소에 헤어롤을 말고 자고 일어나면 주변에서 오늘 미용실 다녀왔냐고 물어볼 정도거든요!)



거울을 보니 쌓였던 집필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단골 찬스로 비용 할인도 듬뿍 해주시고,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아이스 커피에 헤어에센스 선물까지 손에 쥐여주시는 원장님의 정에 마음까지 든든해졌습니다.


인터넷 지도에는 안 나와도 단골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1등으로 저장되어 있는 매탄 이편한세상 정문 앞 '헤어짱 미용실(031-213-3165)'. 나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에게 온전히 나를 맡기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이런 아지트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 하루입니다. 몇 번이고 미용실 다녀온 후기를 써드리고 싶었는데 매번 글을 다듬지 못하고 비밀글로 저장해놓기만 했어요. 오늘은 마음먹고 내돈내산 후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이 글 발행한 후 원장님께 링크 주소를 드려야겠습니다. SNS를 즐겨하지 않으시는 것 같긴 한데 미용실 이야기를 썼다고 하면 아마 깜짝 놀라시면서 좋아하시겠지요?


새 옷을 입은 듯한 기분으로, 다시 힘을 내어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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