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휴대폰 화면 속, '아이보리' 세상
행여 놓칠세라 수시로 들여다보는 할머니의 눈길 위로
깊은 밤, 홀로 눈을 뜬 네가 두리번거리며 나타난다
온몸을 뒤틀며 앙증맞은 기지개를 켜는 순간
잠자는 모습만 보던 가족들에게 이 생동감을 전하고 싶어
할머니의 손가락은 바삐 9초짜리 베베캠을 찍고 또 저장한다
너의 찰나조차 흘려보내기 아까운, 애틋한 마음이란다
이내 배가 고픈지 입을 오물거리다 울음이 터지고
원장님 품에 안겨 잠시 화면 밖으로 사라진 시간
다시 돌아온 너는 배가 부른지 세상 가장 평온한 얼굴로
깊은 잠의 바다를 고요히 유영하고 있구나
초유 한 방울, 엄마 젖 한 모금 아직 맛보지 못했는데
홀로 그 낯선 곳에서 어찌 이리 든든하게 버텨주는지
엄마의 빈자리를 씩씩하게 채워주고 있는 네가
그저 눈물겹게 고맙고, 또 기특할 뿐이다
하늘님, 이제는 우리 딸의 뜨거운 열을 거두어주소서
엄마의 품이 그리운 아기와, 아기의 숨결이 간절한 엄마가
온전한 모녀의 모습으로 마주 볼 수 있게 하소서
사랑하는 나의 손주야,
건강하게 잘 있어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조금만 기다리렴, 곧 할머니의 따스한 눈앞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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