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무한히 이어질 너라는 신비

- 처음 할머니가 된 날의 시(이선)

bySunny Sea


오늘 오후 다섯 시, 저는 처음으로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3.14킬로그램. 아이가 세상에 내디딘 첫 무게였습니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어요.

수학에서 가장 신비로운 수, 파이(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 숫자처럼 이 아이의 삶도

그렇게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썼습니다.


3.14, 무한히 이어질 너라는 신비

— 처음 할머니가 된 날의 시 이 선


어제 새벽 병원 길,

긴 기다림은 기도가 되고

오늘 오후 다섯 시,

마침내 터져 나온 네 첫 울음.

세상 밖으로 조심스레 내디딘 네 첫 몸무게,

신비롭게도 3.14 킬로그램이었단다.


수학자들은 이 숫자를 '파이(π)' 라 부른단다.

매년 3월 14일이면

전 세계가 모여 파이의 탄생을 축하하지.

세상의 모든 원(圓) 속에 숨겨진 보물 같은 수.


곧게 뻗은 지름이라는 직선이

부드러운 곡선을 만나 둥글게 온몸을 감쌀 때

비로소 나타나는 우주의 약속이지.


그러니 수학을 몰라도 괜찮단다.

이것 하나만 가슴에 담아주렴 —


3.14 뒤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숫자들처럼

너의 삶도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는 무한한 가능성이며,

어떤 규칙도 다 담지 못해 영원히 뻗어 나갈 축복이란 걸.


모난 곳 없이

세상을 둥글게 안아주는 사람,

직선과 곡선을 이어 완벽한 원을 만드는 파이처럼

너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스하게 잇는

이 시대의 소중한 연결자가 되어주길.


온유히 이 땅을 품으신 그 사랑을 닮아

조용한 미소 하나로도

먼 마음을 가까이 당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까지 잇는 존재로 자라나길.


태어나느라 고생했다,

사랑하는 나의 손주야.


낳느라 고생했다,

대견하고 귀한 나의 딸아.


영상 속 네 작은 모습이

할머니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3.14,

이 숫자가 증명하는

멈추지 않는 흐름처럼

너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영원히, 영원히 멈추지 않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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