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루틴의 힘
의지력을 아끼고, 결정하는 시간을 줄이고, 꾸준함을 실력으로 바꾸는 법
성공한 작가는 영감이 찾아올 때 글을 쓴다고 흔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반대로 일합니다. 그는 영감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자리에 앉아 정해진 분량을 씁니다.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영감이 머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새벽 4시, 원고지 20매
하루키의 하루는 단순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곧바로 바카라상에 앉습니다. 대여섯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원고지 20매(약 4,000자)를 채우면 펜을 내려놓습니다. 오후에는 달리거나 수영을 하고, 바카라을 읽고 음악을 듣습니다. 그리고 밤 9시에 잠자리에 듭니다.
지루해 보이는 이 반복을 하루키는 일종의 '자기 최면'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마음이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1Q84』 같은 작품은 번뜩이는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 이 지루한 반복이 쌓인 결과입니다.
그도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하루키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스물아홉 살, 야구장 잔디밭에서 경기를 보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재즈 바를 운영하며 새벽까지 일했고, 틈틈이 부엌 식탁에서 첫 소설을 썼습니다. 서른셋에 가게를 정리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지만, 하루 종일 앉아 지내다 보니 살이 찌고 담배는 하루 60개비까지 늘었습니다.
그때 그는 깨달았습니다. 장편소설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고, 오래 쓰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처음에는 20분도 뛰지 못했지만 매일 달렸고, 담배를 끊었습니다. 새벽에 달리려면 밤에 술을 마실 수 없었고, 그래서 일찍 잠들었고, 일찍 자니 새벽 4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작은 습관 하나가 하루 전체를 다시 설계한 셈입니다.
원리 1. 선택을 없애면 실행만 남는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결정을 내립니다.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이 메일에 지금 답할지. 사소해 보이는 이 결정들이 조금씩 에너지를 갉아먹습니다. 저녁이 되면 의욕이 떨어지고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바닥났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루키는 이 소모를 원천 차단했습니다. 일어날지 말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일어납니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앉아서 씁니다. 몇 시간 쓸지 고민하지 않고 20매가 차면 멈춥니다. 결정할 틈을 없애고, 아낀 에너지를 모두 창작에 씁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핸들과 페달, 균형을 일일이 의식해야 하지만, 충분히 반복하면 몸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루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몇 달은 힘들어도 반복이 쌓이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됩니다. 루틴의 진짜 목적은 의지력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원리 2. 하한선만큼 상한선도 지킨다
하루키 루틴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잘 써지는 날에도 20매에서 멈춘다는 점입니다. 쓰기 싫은 날에도 20매를 채우고, 더 쓰고 싶은 날에도 20매에서 멈춥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더 쓰고 싶을 때 멈추면 다음 날 어디서 시작할지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바닥까지 다 쓰고 나면 다음 날 아침 빈 페이지 앞에서 막막해집니다. 오늘의 에너지를 조금 남겨 내일로 넘기는 것, 그래서 내일의 시동을 쉽게 거는 것입니다.
하루 20매는 일주일이면 140매, 한 달이면 600매가 됩니다. 천 페이지가 넘는 소설도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폭발하는 열정보다 무서운 것은 지속하는 규율입니다.
원리 3. 머리를 쓴 만큼 몸을 움직인다
하루키는 매일 10킬로미터를 달리거나 수영을 합니다. 그에게 운동은 단순한 건강관리가 아니라 작업의 일부입니다. 앉아서 엉킨 생각이 달리면서 풀리고, 소설의 구조도 달리면서 정리됩니다. 몸을 움직이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정신의 깊이를 지키기 위해 육체를 단련하는 것, 그것이 하루키가 지켜온 균형입니다.
루틴에는 대가가 따른다
물론 이 삶에도 대가가 있습니다. 밤 9시에 잠드는 삶은 저녁 약속과 모임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루키는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먼저 쓸지 순서를 정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글쓰기를 1순위에 두었고, 나머지는 그 뒤로 미뤘습니다.
루틴을 만든다는 것은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엇을 덜어낼지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적용하기: 새벽 4시가 아니어도 괜찮다
온라인 게임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 학생이 새벽 4시에 일어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루키 루틴의 핵심은 '시간'이 아니라 '원리'입니다.
1. 가장 중요한 일 앞에서 선택지를 없애세요.
전날 밤 내일 입을 옷을 정해 두고, 아침 메뉴를 고정하고, 바카라상을 미리 정리해 두세요. 눈을 떴을 때 무엇을 할지 이미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방해받지 않도록 지키세요. 알림을 끄고, 메일과 메시지는 뒤로 미룹니다.
2. 분량을 정하고, 위아래로 지키세요.
글을 쓴다면 하루 한 쪽, 공부한다면 하루 한 시간, 운동한다면 하루 30분. 숫자는 내 상황에 맞게 작게 정하되, 한번 정하면 예외를 두지 마세요. 그리고 잘되는 날에도 멈추세요. 내일을 위한 연료를 남겨 두는 것입니다.
3. 하루에 한 번은 몸을 움직이세요.
꼭 마라톤일 필요는 없습니다. 점심시간 산바카라, 퇴근길 한 정거장 걷기, 자기 전 스트레칭이면 충분합니다. 몸이 움직이면 머리도 환기됩니다.
4. 무엇을 내려놓을지 정하세요.
새로운 루틴을 넣으려면 비워야 할 자리가 있습니다. 습관적인 스마트폰 확인, 늦은 밤의 영상 시청처럼 지금의 나에게 덜 중요한 것을 하나 골라 보세요.
7일만 실험해 보세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 아침, 평소보다 30분만 일찍 일어나 보세요. 그 30분 동안 스마트폰을 켜지 말고, 오랫동안 미뤄 왔던 단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 보세요. 무언가를 입력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 안의 것을 꺼내는 시간으로 써 보는 것입니다.
딱 7일만 해 보고, 일주일 뒤의 아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세요.
재능은 순간에 빛나고, 루틴은 시간 속에서 빛난다
하루키는 스스로를 재능이 샘솟는 작가가 아니라, 바위에 끌을 대고 두드려야 겨우 물줄기를 찾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샘물처럼 솟는 재능은 마르면 끝이지만, 매일 두드리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물길에 닿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영감이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 삶에 맞는 시간과 분량을 정하고, 지키고, 반복하면 됩니다. 일단 리듬이 자리 잡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풀려 나갑니다. 그렇게 오늘의 작은 반복이 내일의 실력이 됩니다.
하루 5분 필사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66일 영어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