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명속의 신비주의

by사주영웅

서양문명권에서 점성술은 고대의 미신 혹은 비과학적인 주술로 간주되기 쉽다. 서구는 오랫동안 과학으로 무장한 이성중심의 합리적인 슬롯와 사고방식을 추구해 왔다는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점성술과 같은 미신적인 사고 혹은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서양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당장 미국 티비 쇼의 제목만 훑어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X 파일이나, 뱀파이어, 슈퍼 내츄럴 혹은 마블 코믹스와 디즈니에서 보여주는 환상의 허구는 사실상 잘 짜여진 미신적 믿음이 헐리우드 상업주의에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유럽의 중세부터 낭만주의, 고딕을 거쳐 20세기의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서양문화에서 비합리적인 것은 문화예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현대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주술과 신비, 오컬트와 초자연적인 요소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압도한다. 그것은 단순히 영화라는 엔터테인먼트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서양은 과학적, 동양은 비합리적 이라는 단순한 도식은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과학과 합리로 무장한 서구의 과학체계에서도 스스로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신비의 영역을 존중하는 사례들이 있다. 루퍼트 셀드레이크는 자신이 뛰어난 과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있는 철학을 공표함으로써 평생 쌓아올린 학문적인 업적은 물론 슬롯적인 명성도 위험에 빠뜨리게 된 사람이다. 주변의 동료들, 과학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장한 내용은 사실 일반적인 과학자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비합리적인 미신류와 같은 것이었다. 셀드레이크의 주장은 소박하다. “과학자들이 자유로운 탐구를 제한하고 상상력을 금기시하는 독단에서 벗어날 때, 과학은 지금보다 훨씬 더 흥미로워질 것”(과학의 망상 10)이라는 것이다.

그가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귀담아 들을 만 하다.


“현대 과학은 모든 현실이 물리적이거나 물리적이라는 주장에 근거한다. 물질적 현실을 제외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식도 뇌의 물리적 활동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물질은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진화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신은 단지 사람들의 정신, 그러니까 머릿속에 깃든 한낱 생각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런 믿음들이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은 대부분의 과학자가 이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은 의심할 바 없는 실재다.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기법들 또한 그러하며, 이 기법들에 근거한 공학 역시 그렇다. 하지만 전통적인 과학적 사고를 지배하는 신념체계는 19세기에 구축된 이념에 근거한, 신앙과도 같은 행위일 뿐이다.”(과학의 망상 13).


셀드레이크가 가지고 있는 과학에 반하는 과학적인 관점은 다소 신비적이며 종교적인 암시까지도 보여준다. 스티븐 풀은 사실 앞선 세대에 이루어졌던 진보적인 사상들이 어떻게 현대에 다시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살피며 셀드레이크의 이론을 예로 들고 있다. “셀드레이크가 제시한 ‘형태 공명’ 개념에 따르면 결정과 단백질의 형성은 식물과 동물의 형성처럼 시간을 가로질러 연결되는 비물질적 ‘형태장’을 토대로 습관에 따라 좌우되며...이러한 공명을 논의하던중 자연계의 기억이라는 개념이 힌두교와 불교에서는 주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스티븐 풀, 225). 그리하여 인류는 문화와 언어 지역을 넘어서 수 천 년 혹은 수 백 년 동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225). 이러한 정신적인 획득 형질이 다음세대에 전달된다는 사실은 2013년 체리 냄새를 두려워하도록 조건화된 생쥐의 새끼가 역시 태어날 때 부터 체리 냄새를 두려워하는 성격을 갖게 된 실험으로 증명된바 있다(스티븐 풀 232).


과학은 일견 신비적인 것의 대척점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물리학의 외연이 과학의 본질을 상당부분 규정하는데서 기인하는 편견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심리학이나 성격, 마음의 태도를 분석하는 정신분석역시도 과학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과학은 사실상 물질적인것과 정신적인 것 양쪽 모두를 다루는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과학은 이러한 관념적인, 정신적인, 유심론적인 바탕의 모든 이론체계에 대해서 미신과 불합리성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물리이론이나, 스티븐 호킹의 우주이론이 얼만큼 상상력에 기초하고 있는지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수학은 논리보다 창의성에 바탕을 둘 때 발전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가? 궁극의 이론은 수식의 정합성이나 논리의 체계에 의해 필연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론의 발전엔 대개 논리의 비약이 있었고, 그 비약의 과정은 대부분 직관이나 상상력에 의한 비논리적인 정신활동의 결과였다.


20세기초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던 S. 라마누잔은 절대적 이성이 어떻게 신비주의적인 것과 통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20대의 나이에 영국 캠브리지의 수학자 하디와 함께 현대수학의 눈부신 업적을 남겼지만 그는 32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라마누잔은 당시 최고의 수학자들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수학이론을 제안했다. 인종적, 문화적 편견이 심했던 옥스퍼드의 수학자들은 가난한 젊은 인도 청년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재능을 극구 부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부정의 마음을 넘어, 그의 수학이론은 “적”들에게마저 일종의 경외심을 갖게 할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하지만 라마누잔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수학이론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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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자.시인. 작가. 상담가. 사주영웅, 사주명리연구, 현대명리연구소(철학관)에서 사주상담합니다. 사주강의, 강연. 사주관련 에세이, 운명을 리드하라(출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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