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얇아지는 날

by선비천사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얇고 투명해서

차마 덮지 못한 흉들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늘 쪽으로 가만히 이마를 누이는 해바라기처럼

나는 내가 건넨 마음의 깊이조차 다 알지 못한다.


고요의 가장자리를 잘라내며 여객기가 지나갈 때

당신은 눈부신 정적으로 나를 호통치신다.

얼룩진 마음을 햇볕 아래 넓게 펴서 말리는 동안

가장 투명한 빛이 내 안의 오래된 그늘을 갉아먹는다.


담장 너머 허름한 자리마다

낮은 음악 같은 햇살 한 자락 내려앉기를,

물어뜯듯 덤벼들던 하루의 모난 시간들이

비로소 순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오래 곪은 생각 하나

볕 속에서 말라간다.

굽은 마음을 펴보지만

다 펴지지는 않는다.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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