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by선비천사

어둠을 뚫고 나온 첫 잎,

가장 먼저 물든 자리가 푸르다.


여름 뙤약볕이 정수리를 지져도

너는 그저 모른 척,

푸른 숨을 내쉰다.


가을 서리에

모서리가 조금 닳고


겨울 가로등 아래

납작하게 엎드려도


속으로 가만히 품어둔

한 모금의 온기.


너는 그 자리에

무던히 서 있어라.


붉게 타들어 가는 일은

언제나 내 몫이었으니


너는 끝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친 내 발치에

그늘 한 자락 내어다오.


우리가 지나온 길 위에

아직 식지 않은 숨결이 있다면


그건 네가 놓지 않은

그 푸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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