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by선비천사

봄 내내 껍질을 다 벗어던지고

무방비의 맨몸으로 서 있더니


모두가 그늘을 찾아 숨는 폭염의 한복판,

달아오른 몸통 깊은 곳에서 뜨거운 피가 솟아

붉은 꽃송이들을 툭, 툭, 터뜨리는가.


그늘 한 점 내어주지 못하는 짧은 가지 끝,

누가 이 여름을 건넌다고

저토록 붉은 입술을 내밀고 있나.


지친 하늘조차 눌러앉은 여름날,

목이 쉬어 가던 매미 울음이

길가에 뚝, 뚝, 떨어진 붉은 꽃잎 위에

엎드려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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