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물 밴 도마를 가르던 칼날이
부족의 모닥불을 지나
화려한 조명 아래 식탁으로 옮겨진다
한때 숨을 쉬던 것들이
등급과 부위로 나뉘어 놓이고
우리는 집게로 타자의 생을 골라 담는다
식탁 너머, 비 갠 보도블록은 도살장이다
햇볕에 바싹 말라가는 지렁이 한 마리
검은 개미 떼가 줄지어 오른다
비명 없는 해체,
그곳은 이 지상에서 가장 고요한 만찬장이다
마당 언저리 돼지의 울음이 끊기던 옛날이나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오늘의 뷔페나
누군가의 죽음 위에 숟가락을 얹어야만
비로소 이어지는 생의 포만감
이 지상의 모든 잔치는
타자의 생을 덜어
잠시 차려지는 또 하나의 식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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