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밤의 배후(背後)에서 너를 꾼다
발을 디디면 질척하게 상기되던 논둑길
우리가 밟고 지나간 수면마다
낮게 엎드린 파문들이 수심을 바꾼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젖어 있었는데
눈을 뜨면 세계는 물길을 바꾸고
추억은 스스로 제 둑을 지워갈 것이다
꿈을 늪의 수면 아래 조용히 안치하고
나는 뼈가 시린 외곽의 날씨를 산다
범람이 끝난 자리의 고요한 침묵만이
끝내 너라는 유적(遺跡)을
가장 고요하게 보존하는 방식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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