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술을 떠난 문장들이
네 눈빛에 닿아 쩡, 하고 금이 갈 때
우리는 각자의 확성기를 켠다
어두운 입안, 젖은 혀 밑에서 태어난 말들이
확성기의 흰 잡음이 되어 보도블록 위로 부서지는 저녁
우리가 한때 한 이불 아래서
나누어 가졌던 따뜻한 말의 뼈들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허공으로 흩어지고
그 말들이 오래 씹힌 끝에 삼켜지지 못할 때
둥근 식탁 위에는
식어버린 저녁상과 금 간 유리컵만 남았다
확성기의 서슬 퍼런 그늘 아래
삼켜지지 못한 문장들이 목구멍에 걸려 갈 때
우리는 서로의 틈을 향해
혀끝만 오래 세워 두었다
부서진 자음의 파편들이 발밑에 채이고
편을 가른 광장은 저마다
거대한 벽이 된다 열심히 소리칠수록
더욱 허망하게 쌓여만 가는 말의 시체들
아무도 읽지 않는 가을날의 전단지.
빛바랜 이름들은
보도블록 모서리에서
오래도록 바스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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