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세우기 2 - 신은 무엇인가

by정현태

내게 신은 하나의 '전체'다.


사람들은 '신'이나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히 인간의 형상을 한 어떤 존재를 떠올린다. 개념에도 관성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든 개념은 더 단단해지고 고착화된다. 즉 생각을 달리 할 줄 모른다면 기존의 개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슬롯라는 거대한 집단은 이를 가속화하고 대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 관념은 하나의 아이디어를 넘어 '사실'로 고정되어 버린다. 신이라는 개념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믿는 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어의 한계성을 논해야 한다. 모든 언어와 단어, 그리고 이들이 갖는 정의가 단편적이며 일시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해야 한다. 한 예로 내게는 신과 동일한 의미와 정의를 품은 단어가 여럿 있다. 삶 그 자체, 관계(성), 절대(성), 전체(성), 사랑, 음양, 삼위일체, 도, 우주 등이다. 완전히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그 누구도 A와 B가 완전히 같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것은 관계하지 않은 채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달리 말하면 고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바카라 도덕경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도를 도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내게는 이 문장이 언어의 불완전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신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내게 신은 설명 불가능한 것이며 주로 경험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아주 미약하다. 내가 감각이 더 발달한 사람이라면 이 삶 가운데 조금 덜 흔들릴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머리로만 신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융은 신을 안다고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신을 믿는 것 같다. 아는 것과 믿는 것은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가로놓여 있다. 아는 것에는 의심이 들어설 자리가 없지만 믿는 것에는 언제든 의심이 들어설 틈이 있다. 내가 삶 가운데 아직도 수없이 흔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신을 믿고 있을까? 여러 표현을 빌려 설명할 수 있겠으나 나는 이렇게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신은 하나의 '전체'다. 나는 진실로 이 삶이 개별의 총체가 아니라 하나의 전체라고 믿는다. 나와 너는 너의 삶과 내 삶이 따로 있음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의 삶을 구성하는 다른 두 주체에 붙인 이름이다. 즉 나는 너의 일부이며 너는 나의 일부이다. 저기 길을 걸어가는 낯선 이조차 나의 일부이며 나 또한 저 사람의 일부이다. 나보다 훨씬 더 먼저 궁구 했던 선생님들은 주로 바다와 파도(물방울)의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우주는 바다이며 우리는 거기서 일렁이는 파도(물방울)라는 것이다. 파도는 '나는 나야!'라고 고집할 수 있겠지만 바다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정말 기가 막힌 비유다. 그래서 내게 신은 바다가 되고 우주가 되고 삶 그 자체가 된다. 이런 세계관 속에서 나는 매 순간 신의 숨결을 경험한다. 모든 꿈틀거림이 전부 다 신의 표현이다. 지금 이 순간 키보드 위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이 손가락마저도.


원인의 원인을 좇고 또 그 원인의 원인을 좇아 여기까지 왔다. 이 과정을 무한히 되풀이하다 보면 결국 하나의 커다란 벽을 마주하게 된다. 시원이 궁금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이 벽을 뛰어넘어 시원을 보지 못했다. 그 벽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대체 신은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나는 언젠가 이 난제를 피하고 싶어 절대자를 상정한 적이 있었다. 즉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창조자 개념의 신을 믿어버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몰라서 믿는다는 건 게으른 느낌이고 어떻게 보면 정직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모르겠다. 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으며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주 성경을 인용하며 기도하는 삶을 사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크리스천이냐고 묻는다. 아니면 당연히 크리스천일 거라 믿거나. 하지만 나는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크리스천이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만약 성경 말씀에 따라 사는 사람이라면 나는 크리스천이 맞겠지만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는 사람이라면 나는 크리스천이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런 문장일 수 있겠다. '크리스천은 내 일부다.' 그렇다. 크리스천이 나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진실이다. 얼마 전에 출판한 바카라 역시 많은 부분 성경 말씀에 기대고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온라인 게임 동료가 말해준 한 가지 일화가 떠오른다. 어떤 목사님이 설교 말씀 중에 교인들에게 이렇게 물었단다.


"여러분! 제가 왜 하나님을 믿는 줄 알아요?"


교인들은 천국에 가려고, 행복하게 살려고 등 웅성거리며 여러 답을 내놓았지만 목사님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단다.


"하나님이 좋아서요!"


사실 나도 그렇다. 내가 믿는 신이 어떻든 나는 신을, 하나님을, 전체성을, 우주를, 이 삶 자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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