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보다 무서운 건 역시 현실 (4)
#040화 괴담보다 무서운 건 역시 현실 (4)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이들의 학교가 개학하는 날짜를 고려해서 혜선은 이사 날짜를 정했다. 입춘도 지나가고 이월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임에도 날씨는 공기가 새파랗게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다.
결국 고생 고생하며 이사를 감행한 끝에 혜선은 심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래도 혜선은 굳이 이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런 계절에는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짐을 마저 정리하면서 코를 휑 풀었다. 묽은 콧물이 콧속을 가득 메웠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심하다가도 곧 떨어지려니 하는 생각으로 혜선은 약국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의외로 이번 감기는 오래가는 편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가고 날씨도 조금씩 풀리는 조짐이 보였지만 혜선의 감기는 그대로였다. 식사를 하다 말고 코를 킁킁거리는 그를 보며 남편은 혀를 끌끌 차고는 시간을 내어 병원을 찾아가라고 가볍게 타박했다.
“곧 괜찮아질 거야. 감기 정도 가지고 뭘 병원이나….”
“애들한테 옮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결국 혜선은 다음 날 딸아이가 코를 훌쩍이는 모습을 보고 조만간 날을 잡아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사 온 지 며칠이 더 지났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와 집에 적응하기 바빴고 남편은 남편대로, 혜선은 혜선대로 일하랴 집안일 신경 쓰랴 바쁜 나날이었다.
주인집 여자가 혜선을 찾아온 것은 그때였다. 혜선이 식당에서 돌아온 뒤 아침에 부산스럽게 나가느라 분주해진 집안을 정리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남편이 돌아오기엔 아직 이른 시각이었고 아들도 보충 수업으로 한창 학교에 있을 터였다. 딸아인가 싶어 나갔던 혜선은 주인집 여자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조금은 놀랐다.
“안녕하세요?”
혜선은 인사를 하면서 자신의 가족이 이 층에 세를 들었기 때문에 혹시 자신들이 시끄럽게 굴어서 방해가 되었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래 이사하랴 짐을 정리하랴 시끄러울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트러블이 생기면 어쩌나 혜선은 내심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주인집 여자는 혜선에게 뭔가를 따지려고 올라온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혜선에게 서글서글하게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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