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귀뚜라미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스테르담

나는 저마다의 계절을 좋아한다.

저마다의 계절엔 저마다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봄의 파릇함과, 여름의 강렬함, 가을의 성숙함과 겨울의 쌀쌀함에서 우러나는 의미는 또 하나의 깨달음이다.


8월의 마지막 날이 9월의 첫날에게 바통을 넘겨주려는 찰나다.

입추가 어느덧 지나간 지 오래지만, 더위는 여전하나 그 풀이 꺾인 게 사실이다. 나는 여름을 태양, 수박, 샤워, 바다와 에어컨 그리고 매미로 기억한다. 태양은 강렬하여 그 뜨거움이 극에 달하여 괴로운 게 사실이지만 그 열정이 나는 좋고, 그리하여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수박과 냉수 샤워가 좋다. 에어컨이나 계곡에서 맛보는 수박은 여름 최고의 선물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듣는 매미 울음은 지금 이곳이 여름의 한가운데라는 걸 소란하게 알려 주는 향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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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천변을 걸었다.

확연히 시원해진 저녁 바람 속에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다. 음악의 주제가 바뀐 것이다. 매미 소리가 줄고, 귀뚜라미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자연의 요소요소들이 주체하지 못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뿜어내고 있다. 그들에겐 당연한 것이, 나에겐 갑작스러운 무언가로 다가왔다.


나는 때로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너무 바쁘고 정신없을 땐, 그러니까 마음이 피폐해져 있을 땐 그러한 것을 느끼는 것이 큰 사치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봄의 꽃을 보지 못하고, 가을 단풍의 아름다운 색을 느끼지 못한 적도 많다. 꽃이 진 후에, 단풍잎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빗물에 눌어붙고 나서야 지나간 계절과 아픈 마음을 돌아봤던 순간들.


옅어지는 매미 소리와 짙어지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금이 좋다.

나는 감사하다. 그리고 행복함을 느낀다. 날씨와 계절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를 잘 다독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테다.


그렇게 나는 나의 삶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묵묵히 돌고 도는 어느 계절들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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