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을 깎아 먹지 말아야지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스테르담

나는 자주 무언가에 부딪친다.

손을 들어 올리다 바카라상에, 걸음을 옮기다 바카라상다리에, 방향을 옮기다 벽 모서리에. 한참 예전, 안경을 썼을 땐 고개를 돌리다 문에 부딪쳐 안경이 박살 난 적도 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나면 짜증은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이 하찮은 충돌에 나는 '부조리'란 이론을 들이대며 신과 허공을 향해 삿대질한다. 내가 대체 무얼 잘못했냐고, 얼마나 잘못했길래 이렇게 나를 괴롭히냐고.


그래도 인간은 반추의 동물 아닌가.

나는 수 십 년간의 경험적 데이터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이런 일은 정말 왜 일어나는지, 그 원인을 알고 싶었다. 하찮지만 빈번한 충돌들의 때를 돌아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그곳엔 모두 '조급함'이 있었다. 조급함이라... 내가 성격이 좀 급하긴 하지만, 급한 성격과 조급함을 바로 연결 짓기는 쉽지 않았다. '조급함'이란 개념을 좀 더 풀어보기로 했다. 빨리 마무리하려는 마음, 과정을 건너뛰려는 마음, 과정보다 결과에 더 집착하는 태도. 그림자를 앞서가려는 우둔함. 아, 그래. 그거였다. 그게 내 결론이었다.


나는 달 또는 년 주기로 '방향 노트'를 적는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을 적고는 눈 뜨자마자 그걸 읽는다. 요즘 내 방향 노트의 가장 첫 문장은 '나는 풍요로운 사람이다'란 말이다. 풍요로운 사람이라... 많이 가진 것이 아니라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는 취지다. 바다와 같이 많은 걸 포용하자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삶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조금 손해 봐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예전엔 조금이라도 손해 보았다 생각하면 눈을 부릅뜨고 싸우고, 경쟁하고, 갈등했다. 지금은 피해를 보지 않는 한 웬만하면 참는다. 편해지는 건 내 마음이다. 정말 '풍요'란 말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알게 된다.


풍요로운 마음은 조급함을 덜어준다.

가진 게 많다는 생각, 베풀 것이 많다는 태도,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 나는 날로 풍요로워지고 있다. 부자라는 개념의 지경을 넓혀가니, 나는 부자라는 걸 깨닫게 된다. 비교와 시기, 질투의 마음도 필요한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나를 침잠하고 깎아가면서 까지 들이댈 것들은 아니다.


과거에 사로잡히면 우울하고, 미래에 저당 잡히면 불안하게 되어 있다.

잠시 잠깐 드는 마음의 평안함은 현재를 살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순간이 그리 많진 않다. 다만, 그 순간을 늘려갈 뿐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아주 찰나라 하더라도.


풍요로움을 깎아 먹지 말아야지.

덜 조급해야지. 현재의 순간을 살아야지.


좋은 다짐들이, 풍요롭게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P.S


확실히, 요즘은 일상에서의 하찮은 충돌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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