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가 없는 것들에 대하여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스테르담

지난 주말, 어느 마트에서였다.

매대에는 이미 조리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여러 종류 있었다. 닭강정, 오꼬노모야끼, 고구마 맛탕, 꿔바로우 등과 같은. 스케줄이 다른 아들 둘(나 포함하면 셋)의 음식을 하루에도 몇 번씩 차려야 하는 아내의 수고를 덜기 위해, 아내와 나는 아이들에게 줄 몇몇 가지의 것들을 골라 계산대 앞에 섰다. 장바구니를 들지 않은 우리를 보고는 뒤에 줄을 서신 한 할머니께서, 잠시 당신의 카트에 우리 짐을 내려놓으라고 하셨다. 감사한 마음에 음식들을 내려놓는 순간, 할머니의 한 마디가 귀를 스쳤다.


"죄다 영양가 없는 것들이네."


아내와 나는 서로 눈을 마주쳤고, 대답대신 멋쩍은 미소를 할머니에게 보냈다.

우리 차례가 다가왔고, 다시 한번 더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마트를 나섰다. 아내와 나는 서로 웃었다. 맛있지만 영양가 없는 것들? 영양가 없지만 맛있는 것들? 이해가 되었다. 어머니의, 할머니의 마음은 그와 같다. 손수 지어주신 것들이, 그러니까 마음과 정성이 담긴 것들이 영양가 있는 것들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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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참 영양가 없는 것들이 많다.

영양가 없는 관계, 영양가 없는 말, 영양가 없는 물건, 영양가 없는 하루. 그렇다면 영양가 있는 것들엔 뭐가 있을까? 영양가 있는 관계, 영양가 있는 말, 영양가 있는 물건, 영양가 있는 하루. 어라, 말장난 같지만, 영양가가 있고 없음은 결국 나에게 득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기준이란 결론에 가까워진다.


어떤 영양은 서로 상충한다.

칼슘과 철분은 같이 먹으면 흡수 경쟁에 돌입하여 둘 다 그 효과가 저하된다. 유산균과 비타민C의 경우, 산성이 유산균 생존율을 줄이게 되고, 비타민A와 루테인 조합은 지용성 성분 중복으로 과다 섭취 위험이 있다. 이 외에도, 아무리 좋은 영양가라도 과잉이 되거나 한 가지만 고집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좋고 나쁜지 누가 아는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바랐던 건, 우리가 잠시 끼니를 준비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남이 해준 음식으로 잠시 잠깐의 해방을 맞이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싶고 대접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할머니의 그 말씀은 걱정과 배려가 섞인 무엇이지 않았을까 한다.


관계, 말, 물건, 하루... 그 또한 영양가는 있지만 즐겁지 아니하고, 영양가는 없지만 달콤한 것과 때가 있지 않을까.

중요한 건, 그걸 고르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보다 내게 일어난 것들에 대해 맛을 잘 음미하고, 나름의 소화를 해내는 것. 그게 아닐까 한다.


근데, 이런 생각은 과연 영양가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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