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遲刻)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스테르담

반쯤 뜬 두 눈에 보이는 건, 햇살과 그 햇살 사이로 유유히 떠 다니는 작은 부유물들.

잠은 달고, 주위는 평화롭고, 알람은 안 울리고. 아... 지금까지의 달콤함과 여유가 산산조각 깨지듯 사라지면 남는 건 지각(遲刻)이라는 지각(知覺)이다.


어제 아침, 알람보다 일찍 일어난 나는 잠시 알람을 꺼두었는데, 그걸 다시 설정해 놓는 걸 깜빡한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든 전두엽은 확실히 빨리 돌아간다. 몇 시인지, 몇 분이 지났는지, 그래서 나는 얼마나 늦은 건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하는 건 무엇인지...


다행히(?) 정확히 평소보다 14분 늦게 눈을 떴다.

그다지 늦은 시간이 아니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 덕이다. 모든 준비를 하면 문을 나서기 전까지 10분 정도의 여유가 있곤 하다. 그러니까, 4분만 앞당기면 되는 것이다. 군대 시절을 떠올렸다. 단 몇 분 만에 샤워를 마치던 기억을 떠올려, 샤워실의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난다. 양치와 샤워, 샤워와 양치를 재빠르게 끝내고 머리를 평소보다는 조금 덜 말리고... 물과 영양제를 입에 털어 넣고 시간을 보니 5분이라는 여유시간이 더 남아 있었다.


세상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5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놀란 마음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했고, 군대 시절의 민첩함을 소환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훈련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지각을 그리 많이 해보진 않았다.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 기분은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평온한데 무언가 잘못된, 잘못되었는데 무언가 평온한 느낌. 내가 살아보지 않은 그 낯선 시간의 분위기들이 생경하면서도 신기하고, 신기하면서도 이질적이다.


누군가는 내가 생경해하는 그 시간을 삶의 일부로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발적인지, 타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더 이상 출근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나 또한 그 시간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그때의 그 시간은, 낯설게 생경할까... 생경하게 편안할까. 어찌 되었건 그날은, 공식적으로 지각을 하지 않았다. 평소와 똑같이 도착한 사무실에서 나는 안도했다.


언젠가 지각하고 싶어도 지각하지 못할 날이 올 지도 모르지.


그 시간을 행복하고 여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오늘의 분주함을 용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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