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빨리'보다 '멀리'다.

<스테르담 글쓰기의 정석>

by스테르담
속도를 부추기는 슬롯와
빠름의 병폐


지금 우리 시대가, 우리 삶이, 우리 주변이 그렇다.

빠르지 않으면 살아내지 못한다. 나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들에 대한 압박. 그러나, 빠르지 못하면 나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보고 느끼는 불안감에 스스로 무너지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 슬롯의 모든 시스템이 속도를 부추긴다.

조기 입학, 조기 졸업, 선행 학습, 선행 교육, 최연소 임원, 최연소 부자 등. 조금이라도 빠른 것에 우리는 열광하고, 나보다 빠른 것을 앙망하는 삶을 살도록 모든 것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그 안에서 조급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빠름’에 능하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극빈국에서 지금의 경제 발전을 이룬 것도 모두 ‘빠름’ 덕분이다. ‘빨리빨리’는 고유 단어가 되어 외국 사람들의 머리와 입에서도 회자되고 발음된다. 그러니까, ‘빠름’은 우리 민족의 생존 방법이자 고유 역량이다.


그러나 한강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 한 채가 통째로 무너지는 일을 겪으며 우리는 액셀만 깊이 밟아왔고 브레이크를 잊고 있었단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즉, 속도 조절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경각심은 너무 늦은 것이었다. 마치 그림자가 나를 추월한 것처럼.


빠름은 우리 고유의 역량이자 병폐다.

불을 잘 사용하면 이기(利器)가 되고 잘못 사용하면 재난이 되듯이, 속도 또한 조절을 잘하면 좋은 것이 되고, 그러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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