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골프를 배우기 전, 그러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던 시절에 내게 있어 골프는 배때기가 부른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나는 프롤레타리아.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부르주아.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는 그렇게 나로 하여금 골프라는 운동과는 담을 쌓게 했다. 아쉽지 않았다. 골프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고 흘리면 그만이었다. 사는데 그렇게 큰 불편은 없었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 골프 그 자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았다.
그러다 처음으로 필드를 나가 골프를 친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유럽 주재원 발령 후 간 마지막 출장에서, 미국 주재원이었던 선배가 내게 준 수고의 선물이었다. 나는 그날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어떻게 18홀을 돌았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민폐란 민폐는 아마 다 부리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골프장이었다면 아마도 퇴장 조치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주 명징하게 기억나는 한 가지는 있다.
새벽 5시 50분. 1번 홀. 아스라한 안개가 피어오르는 그 초록의 풍경에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배때기가 부른 인간들의 위선이라고 생각했던 골프가, 그들을 위선적이라고 규정했던 나의 위선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골프를 치는구나... 이 좋은 걸 나는 왜 지금껏 하지 않았을까... 란 후회가 몰려왔다.
이후에 나는 골프를 배우고, 즐기다가,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고... 를 반복했다.
확실히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으면 골프를 즐기긴 쉽지 않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하고 싶은 게 골프란 걸, 지난날의 위선이 나를 비웃으며 그것을 알려 주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고, 머리가 커지고, 직급이 올라가니 골프는 또 하나의 '슬롯적 언어'가 되었다.
이제는 골프를 치지 않는 후배들에게, 시작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라고 종용한다. 물론, 강압은 아니다. 칠 사람은 치고, 아닌 사람은 그러하지 않을 거니까. 다만, 언젠가 골프를 해야만 할 때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골프는 단순하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중독이 될 정도로 흥미로운 운동이다.
인생과도 닮은 부분이 많아서, 골프와 인생을 빗댄 이야기들도 많다. 할 이야기가 많지만, 똑바로 따박따박 사는 게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골프는 우리네에게 늘 말해주고 있다.
지금 내게, 골프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어느 중간에 있는 무엇이다.
배때기가 부른 생각일지 모른다.
분명 그러할 것이다.
시간, 돈, 건강과 가족의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운동이란 걸 되짚어볼 때.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골프는 '하고 싶은 것'이란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어야할 것 같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