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문장들

<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by스테르담

우리 몸엔 시계가 있다.

생체시계라고도 하고, '서카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도 한다. 24시간을 기준으로 나타나며, 빛과 어둠 같은 환경 신호에 맞춰 조절된다.


밤에 우리가, 소위말해 센티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세로토닌이 감소하며 심리적 저항력이 약해진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불킥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멜라토닌 수치가 상승하면 신체가 이완되고 차분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감정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이성적 판단과 자기 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면,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상대적으로 더 활발해진다. 전두엽이라는 브레이크가 약해지면서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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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에 취하는 것도 어수선한 감정에 한몫한다.

밤이 되면 주변이 조용해지고 어두워지며 외부자극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때 뇌는 외부 정보 대신 내면의 기억이나 감정으로 주의를 돌리게 된다. 외부 방해가 옅어지면서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이것이 '감정'으로 흐르게 된다.


밤의 감수성은 그렇게 완성된다.

이성이라는 방어벽이 낮아진 틈을 타, 내면의 감정들이 고개를 드는 찰나들. 밤에 찾아온 감정들을 억누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이 나는 참 좋다. 그것들을 놓칠세라 글을 쓰는 것도 즐겁다.


밤의 문장들은 솔직하다.

조금은 거칠고 어설프더라도, AI가 구현해 낼 수 있는 문장들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는 감정의 요동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날것 그대로의 표현들을 뱉어낸다.


처음에 난, 감정으로 써 가는 글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젠 반대다. 감정으로 쓰고 이성으로 퇴고하는 게 더 낫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쓰려는 글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지식을 답습하거나, 아는 게 있어야 쓸 수 있다는 생각은 글쓰기를 시작할 때 내려놓아야 할 첫 번째 요소다. 있는 그대로, 안에 있는 것들을 내어 놓으며 정리되지 않은 채로 주절 거리는 것이 글쓰기에 있어선 더 낫다.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면, 이성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날 것 그대로의.

다듬어지지 않은 자아의 편린들.


밤을 좋아하는 이유.

밤의 문장들을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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