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펠리페 에레라 (Juan Felipe Herrera)
찰스 피시먼에게
더 나아가기 전에,
시가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말해줄게.
먼저 비밀 하나를 알아야 해. 사실 시라는 것은
따로 존재하지 않아. 경계 없는 삶에 도달하는 하나의 방식이지.
그래, 그렇게 간단해. 시 한 편.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 봐.
날마다 날카로운 칼날에 맞서 살아가는 대신, 그러니까,
타인의 평가와 온갖 째깍거리는 청동 시계, 너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가죽 재킷, 이를테면 쇼핑몰 같은 것들. 밖에서
바라보면 그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져. 느닷없이 무언가에 사로잡혀,
입안에는 신맛이 돌고, 갈증이 밀려오고, 다리는 차갑게 식어가지.
폭풍우 한가운데 꼼짝없이 서 있는 것처럼. 물론 시도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지. 하지만 보다시피,
네 영혼을 저 불안하게 출렁이는 물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장사 따위가 아니야. 그곳에서는 몸을 씻고, 마음껏 뛰어놀고,
수군거림에 끼어들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안개 말이야.
그 안개가 네 존재의 중심이 되어버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