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고르기

내 취향에 맞는 핸드드립용 커피를 고르는 중이다.

bystephanette

내가 재미있어하는 지점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아주 주관적인 취향이다.


내가 커피를 마시며 흥미를 느끼는 지점이다.

풍미의 분리감 - 여러 맛 각각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 좋다.

후미의 명료성 - 불필요한 쓴맛이나 텁텁함이 남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구조적 산미 - 산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튀거나 찌르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산미가 다른 풍미와 관계 맺는 구조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추출에 따른 변화 - 같은 원두를 온도, 농도, 추출 방식, 가수에 따라 비교하는 자체가 좋다.


블루보틀 자이언트 스텝스는 핸드드립으로 마시다가 가수를 하면 단맛이 올라온다. 커피가 진해서 가수를 한 것은 아니다. 농도가 달라지면 풍미가 확 변하는 커피들이 있다.


새로운 원두를 미리 생각해보고 있다.

마켓컬리에서 파는 원두들 중에서 골랐다. 모모스, 커피리브레, 나무사이로, 프릳츠, 앤트러사이트, 빈브라더스, 블루보틀, 센터커피, 커피스니퍼, 페이브까지 10개 브랜드, 30종의 원두가 있다. 네스프레소와 스타벅스 커피는 제외다. 여러 로스터리의 대표 블렌드를 조금씩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1. 모모스 부산 — 후미의 구조를 비교하기 위해

묵직함과 깔끔함이 공존할 가능성 때문에 골랐다.

모모스의 공식 테이스팅 노트는 구운 견과류, 캐러멜, 건과일, 허브다. 밀도 있는 질감을 강조한다.

쓴맛이 날카롭지 않고 후미가 깔끔하다고 평가가 많다.

나는 와인 중에 말벡을 좋아한다. 검은 과실, 흙, 담배, 가죽, 코코아처럼 무게감 있는 풍미를 좋아하지만, 산도와 탄닌의 윤곽도 중요하게 여긴다. 이 원두도 충분한 바디와 로스팅 풍미를 유지하면서 후미가 얼마나 명료하게 끝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내 입맛에 맞을지는 마셔봐야 알 수 있다.


2. 나무사이로 와이칸 —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의 비교

실험적인 이유로 선정했다. 내가 마셔 본 올드독과 자이언트 스텝스는 모두 블렌드다. 와이칸은 과테말라 싱글 오리진이다. 블렌딩은 여러 원두의 특성을 조합해서 특정한 풍미를 구현하는 방법이다. 싱글 오리진은 특정 산지의 특성을 관찰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싱글 오리진이라고 해서 반드시 풍미가 더 명료한 것은 아니다.

와이칸을 마신다면 궁금한 것은 세 가지다. 산미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단맛이 어느 시점에 두드러지는지, 그리고 후미에 어떤 풍미가 남는지. 내가 커피의 구조를 분석하는 방식과 잘 맞다.

원두 생산 국가만으로 풍미를 규정할 수는 없다. 품종, 가공법, 고도, 로스팅이 모두 중요해.


3. 블루보틀 쓰리 아프리카스 — 내 취향의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실험적인 선택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이언트 스텝스는 묵직하고 낮은 톤의 커피다.

쓰리 아프리카스에서 상대적으로 뚜렷한 산미를 가진 원두다.

그래서 두 원두를 비교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 나는 산미를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미가 커피의 중심에 놓이는 것과 묵직한 단맛을 보조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쓰리 아프리카스는 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선택이다. 내 취향에 맞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원두라기보다는 취향의 범위를 넓혀볼 만한 원두다.


4. 프릳츠 한 박자 쉬고 — 같은 로스터리의 다른 해석

이 원두는 이미 올드독을 마셔봤다는 사실 때문에 골랐다. 동일한 로스터리에서 서로 다른 블렌드를 만들었다면 로스팅 철학의 공통점과 개별 블렌드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전에 기록한 올드독의 풍미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흑설탕, 당밀, 꿀, 부드러운 과일 산미, 그리고 식으면서 나타나는 다크 카지노. 나는 쓴맛 나는 커피를 주로 마시기 때문에 내 취향은 이미 쓴맛을 기본으로 한다.

한 박자 쉬고를 마셔보면, 두 원두의 차이는 배전도에서 오는 것일까, 블렌딩 구성에서 오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물론 정확히 구분하려면 원두 구성과 로스팅 정보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직접 마시면서 비교하기에는 좋은 조합이다.


나와 취향이 겹치는 바리스타의 원두 평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 중 하나다.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는지에 따라 맛은 많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아주 좋은 커피의 그 지점을 어떤 원두로 어떤 방법으로 구현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가끔 놀랄만큼 멋진 커피를 만나기도 한다.


참, 앤트러사이트의 원두는 워낙 좋아해서 제외했다. 이미 많이 마시고 있다.

핸드드립으로 마신다면 앤트러사이트의 파블로 네루다를 구입할 생각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미도 히스토리의 강배전 쓴맛도 좋지만, 역시나 산미와 단맛을 함께 가진 파블로 네루다가 핸드드립용으로는 좋을 것 같다.

이건 차차하기로 하고 좀 미뤄두자.

이미 마시고 싶은 커피는 줄을 서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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