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잉/그라인더와 입자 굵기

가이드에서 기준으로 잡는 그라인더 단계 보다 입자 굵기가 더 중요하다.

bystephanette
게이샤 원두를 샀다.
상당히 고가다.

30g에 3만원을 넘어간다. 흑.
당연히 이걸로 그라인더 입자 실험을 할 수는 없다.


원두를 언스페셜티 몰에서 몇 개 샀다. 해당 레시피에서 보이는 EK 8, EK 9, EK 10.5, EK 11.5 같은 숫자의 기준 그라인더는 말코닉 Mahlkönig EK43이다. 예전 월픽/바리스타 레시피에서는 구형 EK43 다이얼 기준으로 적힌 경우가 많다.


EK9는 EK43 그라인더의 다이얼 9 부근을 의미한다.

이 숫자는 절댓값이 아니다.

EK43도 영점, 버 정렬, 버 마모 상태에 따라 같은 9라도 입도가 달라진다.

자체 분쇄도 가이드의 마이크론 값을 실질적인 기준으로 더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EK 9는 대략 800–900 μm,

EK 8은 대략 750–850 μm으로 안내된다.


언스페셜티 플랫폼에서 자주 쓰는 브루잉 영역은 대체로 900–1000 μm 안팎이다.


EK 숫자는 EK43의 다이얼값이므로, 가능하면 μm로 환산한다.
내 그라인더 Encore에서 그 입도를 찾아 세팅한다.


언스페셜티 EK43 7~13의 마이크론 별

바라짜 엔코 대략 세팅값을 한 장 짜리 변환표로 만들어두면 아주 쓸만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와는 조금 다르다.

내 엔코의 단계별 마이크론을 정한다고 해봤자,
같은 그라인더 단계라도 원두의 밀도와 배전도에 따라 입자 분포와 미분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같은 숫자가 같은 추출을 보장하지 않는다.

원두의 종류와 로스팅의 정도 등의 여러 조건에 따라
같은 그라인더 단계에서 나오는 입자 크기는 다 다르다.

그러니, 실제로 갈아서 입자의 굵기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결정해야 정확하다.

아~ 원두값이 버텨줄 것인가.


그러므로,

EK43 숫자를 자신이 가진 그라인더의 단계와 직접 환산하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

EK43은 영점·버 정렬·마모도에 따라 같은 숫자에서도 입도가 크게 달라진다. EK43S 11에서 800μm 초반~900μm 중반이 나온 사례가 있는 반면, 다른 레시피에서는 11.9~12.5를 약 950~1050μm로 쓰기도 한다.


언스페셜티 목표 입도/엔코 시작점/느낌

700–750 μm/17–19/꽤 가늘게, 밝은 브루잉

800 μm/약 20/중간~중간굵음

850 μm/약 21–22

900 μm/약 23/언스페셜티 브루잉 범위 시작

950 μm/약 24–25/첫 기준 지점으로 적당함

1000 μm/약 26/단맛·질감 쪽

1050 μm/약 27/조금 굵게

1100 μm/약 28–29/꽤 굵게

이건 어디까지나 출발점이다. 엔코 자체도 개체별 캘리브레이션 차이가 있고, 원두에 따라서 실제 입자분포가 달라진다. 외부 분쇄도 데이터에서도 일반 Encore의 800~1100μm 영역은 대략 20~29 정도로 잡혀 있다.

언스페셜티가 최근 가장 자주 안내하는 브루잉 기준은 대체로 900~1000μm다.


EK 숫자를 신성시하지 말고 입도 가이드로 실제 분쇄물을 보는 것이 맞다.


디셈버 바텀리스 드리퍼, 웨이브 185 필터, 중배전~중강배전 브루잉에는 이 정도를 기준 삼아보자.

Encore 24 또는 25 / 15g / 900~950μm 정도

실제로 갈아봐야 입자 굵기는 정확히 알 수 있다.


브로잉 해서 맛을 보고 나서 아래처럼 조정한다.

텁텁하고 후미가 마른다 → 26, 27로 굵게.

시고 얇고 단맛이 안 나온다 → 23, 22로 가늘게.

맛은 좋은데 향미가 뭉친다 → 그때부터 분쇄도뿐 아니라 푸어링과 미분의 영향까지 의심.


기록 방법

Encore 24 / 실제 930μm 전후 / 추출 2:35 / 맛

그래야 나중에 그라인더를 바꿔도 기존의 데이터는 살릴 수 있다.

숫자 24는 엔코에서만 의미 있지만, 930μm라는 실험 조건은 다음 그라인더에도 가져갈 수 있다.




주문한 스페셜티 원두 / 다른 원두로 대충 입자 크기를 잡아보자.

게이샤를 마시려면 그전에 다른 원두로 굵기를 봐야 할 텐데.

그래봤자 실제 게이샤랑 굵기가 또 다르다.


아무 원두로나 굵기 잡으면 절반은 참고만 되는 값이다. 원두가 바뀌면 같은 엔코 숫자에서도 추출이 달라진다. 특히 게이샤가 보통 라이트 로스트·고밀도라면, 내가 평소 마시는 중배전~중강배전보다 물이 잘 안 들어가서 조금 더 가늘게 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워시드냐 내추럴이냐, 배전도, 생두 밀도에 따라 또 달라져서 “게이샤=몇 클릭”은 없다.


대체 방법

게이샤와 비슷한 조건의 싼 원두를 하나 잡는다.
가능하면 라이트 로스트, 고지대, 워시드 쪽. 에티오피아나 콜롬비아 계열이면 좋다.

그걸로 December + Wave 185에서 엔코 23~25 근처를 먼저 잡는다.


비슷한 배전도와 밀도의 저렴한 원두로 대략적인 좌표를 잡는다. 게이샤 첫 추출에서는 그 값을 기준점으로 삼되, 미리 가늘거나 굵다고 단정하지 않다. 첫 잔의 유속과 맛을 보고 한 클릭씩 움직인다.


게이샤라서 반드시 더 가늘게 가는 건 아니다. 입자 크기는 품종보다 배전도, 밀도, 프로세싱, 원두 상태의 영향이 더 직접적이다.

아주 라이트 한 워시드 게이샤라면 가늘게 갈 가능성이 있지만,

내추럴이나 발효 프로세스, 배전 방식에 따라 오히려 굵게 잡는 경우도 충분히 있다.


그리고 첫 잔부터 15g 안 쓰고, 10~12g 정도로 테스트한다.

비싼 원두 태우는 느낌 덜하다.

향은 좋은데 맛이 얇고 시다 → 한 클릭 가늘게

향이 닫히고 텁텁하고 후미가 마른다 → 한 클릭 굵게

단맛·향·질감이 같이 열리면 거기 정지

특히 게이샤는 추출시간보다 맛을 더 믿어야 한다.

향미가 워낙 섬세해서 10초 차이보다 분쇄도와 교반 차이가 크다.


디셈버는 바이패스가 적으니까,

처음부터 너무 곱게 가면 향이 눌리고 텁텁한 컵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첫 잔은 살짝 굵은 쪽이 안전하다.


싼 비슷한 라이트 로스트로 대충 좌표 잡기

게이샤는 소량으로 1~2 클릭 미세조정.

비싼 원두를 덜 버리고 제일 빨리 맞추는 방법이다.


원두 입자용 원두를 다시 구입하는 사태 발생.
흠.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게이샤 전문점에 가서 마시는 게 최고.

멀어서 그렇지.


이런 복잡한 것을 왜 하고 있냐고 한다면,
그게 브루잉의 재미다.


가끔은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 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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