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잉/드리퍼와 필터

December Bottomless 드리퍼/Kalita Wave 185

bystephanette

디셈버는 워낙 유명한 제품이라 설명할 것은 없다.

그러나 정리 차원에서 살펴보자.


디셈버는 입문용은 아니다. 하리오 V60이 입문용으로 더 좋다. 레시피가 더 많다.

최근에 최상급 바리스타들의 레시피도 꽤 새로 나온다.

나는 하리오는 좀 질렸다. 개인적인 취향이다.


그렇다고 뭘 사용하고 있었냐고 한다면,

스테인리스 필터겸 드리퍼를 주로 쓰고 있었다.

가끔은

캠핑용 사다리꼴 접히는 드리퍼를 쓰기도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직접 만든 도자기 드리퍼도 있지만 패스.


스테인리스 필터를 주로 사용한 이유는 종이 필터를 쓰기 싫어서이기도 했다.

아래 부분에 물이 고여서 나는 애정한다. 특이한가. 쩝.


이제 다시 종이 필터로 돌아간다.

그리고, 최근 UFO 드리퍼에 관심이 지대하다.


각설하고, 디셈버 드리퍼에 대해 알아보자.

ChatGPT 이미지 2026년 10월 6일 오후 11_40_11.jpg디셈버 바텀리스 드리퍼 / 이미지 출처: CESC 홈페이지


드리퍼가 유량을 통제하는 부분을 최대한 없애고 필터와 커피층이 유량을 결정하게 만든다.


특징

바닥이 거의 통째로 뚫려 있고,

내부 리브가 없고,

세라믹이다.


필터

Kalita Wave 185 필터,

V60 02 필터.

모두 다 사용 가능하다.


장점

1. 바닥 구멍이 병목이 되지 않는다.

칼리타 웨이브 같은 플랫베드 드리퍼는 최종적으로 물이 작은 배출구 몇 개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커피층보다 드리퍼 바닥 구조가 유속을 제한할 수 있다. 디셈버 드리퍼는 이것을 없앴다. 즉, 물이 커피층을 지나 필터와 바로 서버를 통과한다. 분쇄도나 푸어링을 바꿨을 때 변화가 비교적 솔직하게 나타난다. 드리퍼 자체가 마지막에 개입하는 여지가 적다. 브루잉을 공부하려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특징이다.


2. 플랫베드인데 추출이 꽤 균일하다.

Wave 185 필터를 쓰면 커피층이 원뿔형보다 낮고 평평하게 형성된다. 물이 중앙의 깊은 부분만 오래 통과하는 현상이 줄어들어서 균일한 추출을 만들기 쉽다. 내부 리브가 없어서 필터가 벽에 밀착된다. 제조 의도 자체도 옆으로 빠지는 물, 즉 바이패스를 줄이고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잘 맞추면, 단맛이 또렷하고, 질감이 비교적 충분하고, 밸런스가 안정적이고, 향미가 흩어지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기 좋다. 내 취향에는 이 부분이 상당한 장점이다.


3. V60보다 푸어링 실수에 관대한 편이다.

V60은 높은 리브와 큰 단일 배출구 때문에 푸어링 위치, 높이, 유량 변화에 반응이 상당히 크다.

Bottomless + Wave 필터는 커피층이 평평하고 물이 비교적 고르게 퍼진다. 주전자 컨트롤의 작은 오차가 결과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낮다. V60보다 결과를 일정하게 만들기 쉽다.

데일리 드리퍼로 유용한 장점이다.


4. 실험도 많이 할 수 있다.

재밌는 부분이다.

Wave 185를 넣으면 플랫베드 드리퍼처럼 움직이고,

V60 02 필터를 넣으면 상당히 다른 추출이 나온다.

같은 원두로 Wave / V60 필터, 분쇄도, 물 온도, 푸어 횟수, 수위 정도만 바꿔도 꽤 좋은 비교 실험이 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장점이다. “도구 열 개 사기”가 아니라 하나 가지고 변수를 뜯어보는 방식.


단점

1. 예열.

세라믹이다. 열용량이 커서 차가운 상태로 바로 브루잉하면 처음 들어간 물의 열을 상당히 먹는다.

실사용시 예열이 쉽지 않다. 당연히, 일단 데워지면 온도 유지는 좋은 편이다.

이 드리퍼는 필터 린싱 정도로 끝내지 않고,

뜨거운 물을 충분히 부어서 드리퍼 자체를 먼저 데운 뒤 버리기를 해야 한다. 귀찮다.


2. 바이패스가 적다는 게 언제나 장점은 아니다.

물이 대부분 커피층을 통과한다는 것은 추출 효율이 올라가기 쉽다는 뜻이다.

잘 맞으면 단맛과 밀도가 좋아지는데,

너무 곱게 갈거나 지나치게 많이 교반 하면 텁텁함, 건조한 후미, 쓴맛, 과다추출 느낌이 빨리 나타날 수 있다.


V60에서 쓰던 분쇄도를 그대로 가져와서 '왜 이렇게 무겁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녀석은 오히려 조금 굵게 시작해서 좁혀가는 것이 편하다.


3. 리브가 없어서 필터와 벽이 붙는다는 게 유속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V60 종이를 넣었을 때 일반 V60처럼 리브 사이로 공기가 자유롭게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최종 구매 시 디셈버와 음각 리브가 있는 드리퍼와 상당히 고민했다.


“구멍이 엄청 크니까 무조건 엄청 빨리 빠지겠군”이라고 생각하면 틀릴 수 있다.

실제 유속은 필터 종류, 분쇄도, 미분, 커피층, 푸어링이 결정한다.

단순히 빠른 드리퍼라고 판단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4. 레시피 생태계가 작다.

V60은 세상에 레시피가 수천 개가 있다. 디셈버는 상대적으로 사용자가 적어서 가이드나 참고자료가 훨씬 적다. 고정된 레시피가 없다면 자료를 찾기 어렵다.


나에게는 장점이다. 요즘 나는 레시피 외우기보다 브루잉 원리를 알아가는 쪽에 더 관심이 있다.


결론

이 드리퍼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조건들을 정리해 보자.


결과의 바카라임을 드리퍼보다 커피층에 넘긴다.

V60은 드리퍼 형상이 적극적으로 추출에 개입하고, 칼리타는 바닥 배출구가 유량을 어느 정도 통제한다.

바텀리스는 상당 부분을 걷어낸다.


좋은 그라인더가 붙으면 더 재밌어진다.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나는 엔코를 사용 중이다. 표준체로 미분을 걸러내도 되지만 그러기엔 너무 과하다. 좋은 입문 표준기이긴 하지만 연구용으론 금방 한계가 보일 수 있다.

엔코는 40단계 스텝 조절, 40mm M3 코니컬 스틸 버, 수동 도징 구조고, 필터 브루잉과 푸어오버가 핵심 용도다. 구조가 단순하고 오래 쓰기 쉽고, 부품 교체와 수리성이 좋다. 달고 둥글고 편안한 컵을 만들기 쉽다. 코니컬 버라 미분이 아주 적은 타입은 아니어서, 극도로 투명하고 분리도 높은 컵보다는 바디와 단맛이 있는 쪽으로 가기 쉽다.

중배전~중강배전, 고소하고 묵직한 내 취향에는 잘 맞다.

단점이라면 내가 최근 관심 있는 변수를 정확히 읽기에는 조금 아쉽다. 40단계 스텝이라 분쇄도 한 칸 변화가 꽤 크고, 플랫버 계열처럼 향미 분리도가 날카로운 타입도 아니다.

디셈버 바텀리스 드리퍼는 드리퍼 자체의 병목을 줄여서 그라인더와 커피층의 차이를 잘 드러내는 도구라서 엔코의 미분이나 분쇄 분포 자체가 꽤 빨리 보일 것이다. 드리퍼가 좋아서 그라인더의 한계까지 드러난다.

에스프레소까지 할 거면 일반 엔코보다 Encore ESP가 낫고, ESP는 1–20을 에스프레소용 고해상도 구간, 21–40을 필터·프렌치프레스·콜드브루 구간으로 나눠놨다. 브루잉만 할 거라면 ESP를 굳이 살 이유는 크지 않다. 에스프레소를 안 내릴 거라 생각해도 사는 건 그렇게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좀 더 정교한 브루잉 전용 그라인더를 보고 싶어질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어쨌든 기변의 유혹이야 늘 오는 것이니까, 당분간 잘 참아보자.


디셈버 바텀리스 드리퍼는 분쇄 품질과 분쇄도 변화가 컵에 그대로 나타나는 편이다.

센서리 글라스까지 붙이면 정말 좋은 조합이다.

그라인더, 바텀리스 드리퍼, 센서리 글라스의 조합이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식어가면서 향과 단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기 편하다.


종이 필터 선택 / 웨이브 185

묵직하고 달고 고소한 중배전~중강배전을 주로 쓰는 취향이라,

첫 세팅은 Wave 185 필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V60 필터보다 이 드리퍼의 설계 의도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15g / 20g 두 가지 기준 레시피를 아예 추출 방법으로 내려볼 요량이다. 흠. 굿.


요약

Encore 그라인더

December Bottomless 드리퍼

Wave 185 필터

서버

Avensi 센서리 글라스


이 정도면 분쇄도·물온도·푸어링·필터 변화가 컵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다.

아주 티처럼 맑고 산미가 분리되는 커피보다 묵직함, 단맛, 고소함, 질감을 좋아한다.

그래서

디셈버 드리퍼는 꽤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단맛은 좋은데 향미가 뭉친다,

한 클릭 차이가 너무 크다,

미분 때문에 후미가 자꾸 탁하다 등의 이런 생각이 들지 않기를 바란다. 엔코는 영원히 사용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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