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아주 오랫동안 했었다. 갑자기 생각났다.

bystephanette

욥기나 시편을 읽으라고 엄마가 권유했다.

욥은 초압축 간단 요약하자면,

삶이 박살 난 뒤 신에게 온갖 불평불만을 다 꺼내놓은 사람이다.


당연히 성경바카라은 집에 없다.

그러게 어디 갔지?


집에 남은 것이라곤

이태리에서 사 온 황금색 십자고상만 있다.

엉겁결에 이모에게서 선물로 받은 묵주들.

수녀님인 사촌동생이 귀국하면서 준 것이다.


이런, 기도를 안 할 수 없다.

한동안 묵주 기도를 하다가 쉬고 있다.

매일마다 아무도 없는 한낮의 성당에 가서 성체조배를 했었다.

내키면 십자가의 길 기도도.

매일 미사도 갔었다. 새벽미사나 저녁미사.

오래전의 일이다.


갑자기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생각났다.

연도.

연도는 얇은 바카라자가 있다.

근처 성당에 가면 판매한다. 그냥 읽으면 된다.

사실은 악보가 있는 노래다. 그러나 노래로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아주 오래 연도를 했었다.

새카맣게 까먹고 있었다.


10월은 위령성월이다.

아니구나, 11월이다.

그러면 어떤가.


성당을 다시 가기는 싫다. 황홀경에 빠지거나 영적인 뭔가를 느낄지도 모른다.

좋으면서도 부담스럽다.

이런 건 뭘까.

영적인 양가감정이라고 하자.


어쨌든. 냉담 아닌 냉담 중이라

엄마의 입장에서는 내가 하는 기도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

고백성사를 하고 미사를 다녀야 하는데 글쎄. 뭐.

연도라도 시작해 보자.


기도 지향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의 영혼


이유는 모른다.

생각이 났으니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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