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베란다 청소

우와~ 신기한 게 엄청나게 많다. 뭘 하지.

bystephanette

1호 방에 있던 검은 철제 바카라장을 꺼냈다.

그랬더니 수많은 것들이 따라 나왔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입욕제 만들기 재료들.

두꺼운 하트모양의 커다란 실리콘 틀.

벤자민 무어 페인트들.

페인트 붓과

단열용 첨가제, 곰팡이 방지용 페인트.

식물 키우는 키트와 씨앗들.

식물 영양제와 잡동사니들.


거의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잊고 있던 것들이 튀어나왔다.


몇 년 전에 단돈 만원에 제라늄 화분을 여섯 개인가 샀다.

평범한 제라늄과는 꽃의 색이 다르다고 해서 신기했었다.

올여름에 꽃을 한 두 송이 피우는가 하고는 이제 다 폈다고 생각했다.

가을이니까.

제라늄이 언제 꽃 피우는지 나는 잘 모른다.

원목 벤치 위에 올려둔 화분들을 바닥에 하나하나 내려서

베란다에 따로 설치한 샤워기로 물을 준다.

원목 벤치는 낡을 대로 낡아서 더 이상은 눈을 뜨고 봐줄 수가 없다.

그래서

"오~~~ 화분 받침으로 딱이네."라고 생각했다. 역시. 멋지다.

물을 주면서 보니 소복하게 꽃송이들이 숨어 있다.

오~ 매일마다 새로운 개화를 보게 될 것 같다.


참, 1호 방에서 나온 식물 영양제.

빙고!

영양제를 주자.


꽃이 피고 나면 영양제는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들었으나

뭐 상관없다.


삶에 우연은 없다.
필요할 때 식물 영양제가 나온다.
이 정도면 우주의 메시지로 치기로 한다.


거대한 괴물처럼 자라나는 몬스테라도 처음엔 3,000원짜리 모종이었다.

지금은 너무 빠르게 자라고 있어서 잎을 보면 무서울 지경이다.

다른 식물을 들이고 싶은데

몬스테라를 생각하면 계속 망설이게 된다. 마음대로 들이다가는 정글로 변신할지도 모른다.

모든 식집사들의 고민이다. 정글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순식간이다. 빠름 빠름 빠름.


'휘커스 움베르타'라는 관엽식물이 너무 갖고 싶다.

그 이름부터가 무척이나 마법을 가졌다. 키우기만 해도 마녀가 될 것만 같다.

아아아아 갖고 싶다.

그러나 몬스테라처럼 잎이 커진다면

약간 공포스러울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산소를 만들어서 주변을 정화시킬지도 모른다.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다가 무한 반복 중이다.

'아비스 고사리'도 키우고 싶지만

마찬가지로 어디까지 자랄지 알 수가 없다.


성장의 에너지를 밖에 뿌리지 않고 있으니

집안에서 폭발 중인 것인가.


내가 사는 곳에는

식물 성장 부스터의 에너지가 넘치나 보다.

무럭무럭 자라는 화수분의 수맥이 지나갑니다. 흠.


2호가 심심해하면 입욕제를 만들면 좋은데

방에 틀어박혀서 안 나온다.

친구들과 실시간 영상을 켜놓고 놀고 있다.


사족

현재 스코어

냉장고 옆 검은 철제 바카라장 1

괴물 몬스테라 1

제라늄 꽃봉오리 수십 개

실내용 식물 키트

입욕제 만들기 도구들

식물 영양제 20

휘커스 움베르타 0

태양광 조명 600구


참, 태양광 충전 300구 줄조명이 왔다. 곱하기 두 개니까 600구짜리 조명이다.

베란다에 있는 거대한 대나무 조명갓에 감을 예정이나 아직 디자인은 모르겠다.

300구는 안방 창문 밖으로 설치를 하면 이쁘겠다.

전기없이 매일 밤 불이 켜지다니. 우와. 놀라울 따름이다.


커피용품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이런 것들로 재미날 듯.


왜 천천히 하냐고 한다면,

그게 재미다.

작가의 이전글검은색 냉장고 측면은 가릴까 검은 장을 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