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재래시장에 간다. 남아있던 상품권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생물 아귀 한 마리를 산다.
선도가 좋으면 두 마리도 나쁘지 않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는 아귀 꼬리살만 모아서 쿠팡에서 판다.
그러나 나는 생선을 통으로 다 먹는 걸 애정한다.
재래시장을 가는 수밖에.
우선, 안키모 폰즈
아귀 간이 목표다. 아귀 간을 먹기 위함이다. 어쩔 수 없이 남은 아귀를 요리하는 것이다.
흰 살만 한입거리로 잘라서 잘 튀겨보자. 가라아게.
사케와 생강즙에 재워서 잘 자고 있는 녀석을 폭신한 전분에 담갔다가 기름에 튀긴다. 탄력 있고 담백한 튀김이다. 말 자체가 모순이다. 담백한 튀김이라니. 모순을 내재한 혼돈의 가라아게다.
유비키. 껍질과 콜라겐 부위를 데쳐서 차갑게 식힌다.
유자나 유자후추 그런 것이 필요하나 없다. 적당히 레몬을 쓰자.
도부 지루풍 아귀탕. 남은 간을 냄비에 으깨서 볶아 기름을 내고 미소로 진한 탕을 끓인다.
아까운 아귀 간을 여기에 넣어야 하다니. 그래서 두 마리를 살 것이다. 한 마리로는 부족하다.
아귀 사케무시도 해 먹자. 대파와 표고를 넣어서 쪄낸다. 사케 무시니까 당연히 사케에 찐다.
다시마를 아래 깔아서. 바지락 술찜 저리 가라다.
생선찜은 반건조가 맛있다. 그러나 대충 하자. 반건조 아귀로 만든 찜은 마산에 가면 먹을 수 있으려나.
마산이 아닌가. 지명이 바뀐 지 오래다. 마산이 아니라 창원이다. 그러나 내게는 마산이다.
순서가 바뀌었다.
사케무시를 먹고 나서 아귀탕이다.
식사는 뭘로 하지.
아귀 조스이. 도부 지루와 사케무시에서 나온 아귀 육즙과 콜라겐 섞인 국물을 남겼다가 밥을 아주 조금 넣고 끓인다. 달걀을 넣고 반쯤 익혀서 실파, 유자껍질, 김가루. 사사삭 비벼서 먹으면 끝.
후식. 후식은. 흠.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 올리브 유 그리고 후추 약간.
유자 셔벗이 어울리지만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스다치 그라니타도 좋다. 당연히 없다. 스다치는 유자보다 향이 조금 더 초록하고 날카롭고 레몬보다 향이 더 섬세하다. 설탕을 적게 넣고 신맛이 선명한 쪽이다. 기름진 생선 요리 뒤에 입안을 깨끗하게 정돈해 준다.
레몬즙으로 셔벗을 만들면 맛있겠다. 이왕이면 자몽이라도. 흠.
그러나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다. 냉동 석류알은 있다. 아쉽지만 그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