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커피가 맛이 없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처분 예정.
모카포트를 처음 만난 것은 20년 전이다.
그때의 모카포트는 처분한 지 오래다.
1인용 모카포트를 올리는 삼발이가 마음에 들었다.
당시의 새벽 루틴은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리는 것이었다.
포트에 딱 맞는 동그란 종이 필터가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삼발이의 색이 변하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었다.
캡슐 커피와 핸드드립으로 가면서 잊고 있었다.
갑자기 다시 모카포트로 다시 관심이 간다. 핸드드립용 커피 서버를 깨 먹어서는 아니다.
정말 아끼던 아이인데 다시 구입할 방법이 없다.
그러고 보니, 딱 마음에 드는 것 하나씩만 남기고 다 처분했었다.
정말 완벽한 커피잔의 이가 나갔고,
영원 무궁히 쓰려했던 커피 서버가 깨졌다.
이런.
그래서 모카포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손으로 돌려서 원두를 갈아내는 핸드 그라인더를 하나 사고 싶다.
아주 마음에 드는 녀석도 있다.
기능은 모른다.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아주.
그러나,
80만 원에 육박한다.
너무 고가다.
이런.
넣어두기로 하자.
꼬물꼬물 뭔가 손으로 만지고 고치고 다시 해보고 그런 작업은 신난다.
마침 캠핑장에서 쓰기 좋은 기구를 찾았다.
1. 비알레티 미니 익스프레스
비알레띠와 기묘한 이야기 꼴라보 제품을 카페 뮤제오에서 싸게 판다.
비알레띠 브랜드 마크가 거꾸로 서 있다.
컵은 블랙.
온도에 따라 컵은 붉은색으로 변한다.
무엇보다 많이 싸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면 이런 것이 좋다.
추출부에 찬물을 넣거나,
추출되는 상단만 냉동실에 넣어서
아로마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이 기구로 불가능하다.
캠핑용으로만 갖고 있기는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장점이라면, 나오는 과정을 바라보는 약간의 낭만 정도랄까.
2. 비알레티 모카포트 2인용 혹은 1인용
일반적인 비알레띠 2인용 모카포트를 살까. 아니면 1인용.
한 번 마시면 원샷으로는 부족하다.
어차피 두 번 내릴 텐데 2인용을 할까 했으나,
스페셜티 원두를 여러 종을 주문했다. 흠.
새벽 베란다에 화구를 꺼내놓고 커피를 내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1인용 모카포트는 하이라이트에서 인식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인덕션 화구는 하이라이트보다 작지만, 그럼에도 인식은 글쎄. 못할 듯.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용 패드를 따로 구입해야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스버너에 삼발이 조합이 더 좋다.
아껴둔 캠핑용 휴대용 가스버너를 꺼내서
조립을 하고,
삼발이를 얹고,
모카포트를 끓인다. 생각만 해도 멋지군.
3. 비알레띠 알루미늄 모카포트 상단부 + 스테인리스 모카포트의 하단부 물탱크 조합
모카포트는 알루미늄이라 물탱크 내부가 부식되면 버려야 한다.
스테인리스 모카포트 2인용을 사서
아래 물탱크만 교체해서 써도 된다.
돈이 두 배가 들어서 그렇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오리지널이 이쁘다.
이런. 스테인리스와 호환하려면,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 2컵으로 사야 한다. 스테인리스 모카포트는 1컵이 없나.
사이즈에 맞는 녀석을 뒤져보려다가 관뒀다.
역시나 돌고 돌아 정품.
알루미늄 모카포트를 사용하는 걸로.
단, 관리는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4. 스페셜티 전용 모카포트
한 번 써보고 싶어졌다.
스페셜티 원두는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그 맛을 내기가 어렵다.
브레빌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
당연히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다.
일체형은 싫어한다.
원하는 그라인더의 기능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쁘다.
컴퓨터도 데스크톱이 당연히 기능이 더 좋다. 노트북으로 불가한 기능들을 써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것들을 노트북으로 하고 있자면, 아주 귀찮거나 지연된다. 그렇지만 노트북이 이쁘다.
그래서 나는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을 쓴다.
이쁜 것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한다.
브레빌은 정말 이쁘다.
그러나, 브레빌로 만족할만한 스페셜티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그 정도 실력이 된다면, 이미 커피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약배전이나 중배전 같은 경우는 더더군다나 어렵다.
집에서 강배전을 위주로 마시는 이유다.
맛있는 커피는 그냥 전문점에 가서 마신다.
그런데 스페셜티 전용 모카포트라니. 기대된다.
그래도 기대는 접어두자.
애초에 기대가 없어야 어떤 상황에도 행복해지기 마련이다.
사족
모카포트와 새로 나온 브로잉 기구들을 구경했다.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둔다.
당연하게도 원하는 것들은 다 할 수 없다.
커피서버 1
그리고 모카포트 1컵 1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고 싶다.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천만 원대가 넘어간다. 넣어두자.
중고로 사도 사오백은 깨진다.
당분간은 모카포트.
그리고 핸드드립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돌아가며 맛보는 쪽으로.
머신 살 돈으로 다양한 원두를 맛보는 걸로.
사족 2
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이제는 이런 말이 어울린다.
'실패한 미니멀리즘'이라고.
작가노트를 다시 써야겠다. 이렇게.
시간을 종이접기 하는 대신
모카포트를 끓이는 중입니다.
머신을 처분하려다가
모카포트와 브루잉 기구들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저는 실패한 미니멀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