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나는 일을 잘한다. 자랑은 아니다.
나이에 비해서 경력이 길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모른다.
2000년이 되기도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전이라고 해서 비슷한 일을 안 한 것도 아니다.
투잡까지 넣으면 30년이 넘는다.
많이 하면 잘하게 된다.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보인다.
유능함과는 조금 다른 말이다.
일을 잘하면,
일이 몰린다.
그것이 일 잘하는 사람의 그림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바카라임지고 할 수 있게 되면,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사람
조언을 구하는 사람
친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사람
같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적대적인 사람도 당연히 많아진다.
일을 잘하면,
모든 문제들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는다.
사전에 예방하는 일들을 자잘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별일 아니라고.
그만두고 나서야
일을 잘했었구나 알게 된다.
그것이 그림자다.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은
그 비용과 대가를 누군가가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문제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정작 배우거나 알아야 할 사람들이 모르게 된다.
조직의 취약성도 흐려진다.
윗자리에 있는 이들도 점점 더 모르게 된다.
문제가 생기는 것도 때로는 조직이 치러야 하는 학습비다.
나는 세부적인 문제들을 잘 파악하는 상급자를 좋아한다. 개인적인 취향이다.
일의 독점이라고 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누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보와 판단과 연결 그리고 실행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되면,
알아도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보여도 못 본 척한다.
들어도 못 들은 척한다.
어쩌면, 공간을 주는 것이다.
내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타인이 자기 경험을 가질 공간을 만드는 일일 수도 있다.
할 수 있다는 것은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아무리 바로 곁에서 일어나는 일도
자신이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결과가 나오면
다들 자신이 한몫했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더 적대적이 되는 이들도 나온다.
그게 뭐라고.
일하기 싫다는 말을 길게 써봤다.
바카라임도 노력도 문제해결도 성취도 결과도 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나도 다른 이의 어깨에 기대고 싶다.
예전의 유능함이 문제를 없애는 능력이었다면,
지금 내가 배우는 유능함은 어떤 문제는 내가 없애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