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닝(cocooning), 집이라는 이름의 연금술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방법

bystephanette

나는 집순이다.

집에서 힐링을 한다.

이런 말로는 부족하다.


코쿠닝이라고 하자.

특정한 시기가 되면 집을 아늑하고 보호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곳에 머문다. 나는 안전한 곳에서 좋은 에너지를 모으고 흡수한다.


코쿠닝(cocooning)

Faith Popcorn이 1981년에 만든 소비·슬롯 트렌드 개념이다.

“거칠고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욕구”

외부 세계가 피곤하고 불확실하고 자극적일수록

자신의 집을 안전하고 편안한 '고치'와 같은 보호막으로 만들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1. 외부 세계로부터 물러나기

외식, 사교, 외출과 같은 활동을 줄이고 집에 머무른다.


2. 집의 보호막 기능 강화

편안한 공간에 가구를 놓고 아름다운 물건들이나 음식이나 영화 혹은 음악 등으로

집을 바깥보다 더 매력적이고 안전한 장소로 만든다.


3.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세계 만들기

집 안에서는 내가 만나는 사람과 소리, 빛, 가까이 둘 사물들과 일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코쿠닝은 다른 비슷한 개념들과는 조금 다르다.

지쳐서 쉬러 집에 가는 것은 '힐링'이다.

원래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집순이'다.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끊는 것은 '은둔'이다.


어찌 보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세계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몬스테라를 지지할 코코넛 식물지지봉이 도착했다.

흙을 좀 만지고, 관엽식물의 수형을 잡아서 봉에 묶어주고

새로 피어난 제라늄의 살구색 꽃잎들을 구경할 것이다.


하늘거리는 커튼을 통과해서 햇살이

거실 바닥에 만들어내는 그림자들을 보고

멈춰버린 냉장고의 속을 비워내려고 한다.


한지 등이 오늘 도착하면 천장에 금속 고리를 달고

전선을 이리저리 끌어다가 가장 아름다운 지점에 적당한 높이들로

설치할 계획도 있다.

여름 내 달려 있던 식탁 등은 모두 철거를 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엄청나게 거대한 조형물 같다.

깨끗하게 잘 닦아서 포장을 하고 창고 속으로 넣는다.

환절기에는 계절감에 맞도록 이래저래 손 볼 것들이 많다.

식탁의 방향을 틀어서 옮겨뒀다. 식탁의 정중앙에 맞춰서 천장 위의 전선 작업을 하려고 한다.

비트라 아카리 한지 등을 만드는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할 것 같다.

30, 40, 50cm의 한지 등은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제일 좋을까.

행복한 고민이다.


집을 비우고, 커튼과 조명들을 손보고,

가구를 배치하고,

커피를 내리고 영화를 보는 그 모든 과정들은

내 세계의 경계를 다시 설계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영역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손이 많이 가고

자잘하게 손질하고 정돈하고

굳이 애를 쓰는 것은

그것 자체로도 행복감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어서다.


보내줄 것들을 정하고,

깊이 느끼고 존재 자체로 있고,

앞으로의 삶에 맞는 공간을 먼저 만든다.


내면으로 들어간다. 충만함을 통해

주변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미 충분하다.

삶 자체의 온전함을 그대로 감각할 수 있도록

내면의 무게 중심을 조용히 느낀다.


물건들을 보내고 들이고 수리하고 옮기면서

바닥은 다시 지저분해진다.

싸리비를 꺼내서 쓱쓱 쓸어낸다.

기다란 빗자루 손잡이의 촉감을 천천히 느끼면서.


공간의 에너지를 만든다.
누에고치처럼. 점점 더 행복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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