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메이커 KF35, 디터 람스와 미국 공주

정말 갖고 싶다. 1978년 생산품이다.

bystephanette

https://www.wertwerk.kr/product/621051c8-f2dd-410e-ab0c-e8c4e8813782


BRAUN Traditional KF 35 Coffee Maker

노란색을 발견했다.

1978년 출시 제품이다.

사용감이 거의 없는.


와~

아, 너무 갖고 싶다.


그래,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디터 람스다.

디터 람스의 '백설공주의 관'도 애정한다. 마음 속으로만.

이것도 정말 갖고 싶지만, 나는 그렇게 부자는 아니다.


https://designnotebook.tistory.com/entry/%EB%94%94%ED%84%B0%EB%9E%8C%EC%8A%A4-%EB%B8%8C%EB%9D%BC%EC%9A%B4-SK-4-%EB%B0%B1%EC%84%A4%EA%B3%B5%EC%A3%BC%EC%9D%98-%EA%B4%80


1980년대에 어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랬다면 전재산을 탕진했을 것이다.

아, 슬픈 건가. 당시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쓸 수 없어서.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만나면,

1980년대로 가서 쇼핑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 시대에 살고 싶진 않다.


일종의 시간여행형 큐레이터. 그런 걸 하고 싶다.


작가소개를 이렇게 쓰면 정말 멋지겠다.


사물의 얼룩에서 세계를 발굴하고,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전시합니다. 아무도 품위 있게 보존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을 기록합니다. 가끔은 시간을 종이접기합니다.

아, 가끔은 시간을 종이접기해서 디터 람스 제품들을 수집합니다.

판매문의는 VVIP분들만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며칠 전 2호와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아이들도 나도 늘 보던 드라마를 수십 번 다시 본다.

좋은 작품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문득 내가 물었다.

"2호야, 자칫 잘못해서 100년 전에 태어났으면 저렇게 살고 있었을 거야."

"난 더 좋은데."

"잉? 누구로 태어날 줄 알고?"

"난 미국서 태어날 거야."

"미국에서 뭘로?"

"미국 공주?"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는 빵 터졌다.

"푸하하핫. 미국에 공주가 어디 있어?"


2호의 눈동자는 반짝 빛을 냈다.

그리고는 다시 말한다.

"미국 대통령. 아니, 대통령 딸."

"잉? 대통령이 아니라?"

"응. 위험하거든. 암살당하면 어떡해."

"대통령 딸은 안위험해?"

"응. 100년 전 미국 대통령 딸할래."

2호는 권력자의 직계가족이라는 최적 포지션을 애정한다.


2호의 장래희망은

공룡이 되는 것이었다. 티라노 사우르스.

초등학교때까지만해도 그랬다. 물론, 사람들이 물어보면 적당히 둘러댔다. 일급비밀이었다.

요즘 장래희망은

적당한 회사의 적당한 회사원이 되는 것이다.

"적당한"의 의미를 물어봤더니 2호가 되물었다.

"엄마, 그런데 회사에서는 뭘 해?"

우와~~ 난이도 최상위 질문이다. 대답하는데 한참 버벅버벅거렸다.

2호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면서 생활의 편의와 행복을 다 갖는 그런 역할을 애정한다.


생각해보니, 초등학교때 내 장래희망은 없었다. 공백.

사실 어른이 되기 전에 뭉게구름 위의 성으로 가서 천사로 살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장래희망은 천사였나.

그런데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장래희망이 없다고 하면 정말 끈질기게들 물었다.

그래서 대충 "간호사"라고 둘러댔다.

"의사"라고 하면 질문은 더 끝도 없다.

전교회장은커녕, 학급 반장도 선출이 되어도 여자는 시켜주지 않는 시대였다.

내가 그 피해자라고 굳이 밝히지는 않겠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부반장을 해야했던 나를 두고 전교생들이 선거운동을 한다고 난리를 피웠으나,

전교 회장이 되기도 전에 전학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 나는 권력욕이 상당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2호는 나를 닮았다.

2호는 더 치밀하다.

권력자의 최측근.

아니, 권력자의 직계비속.

단, 직계존속은 안된다. 기력이 딸린다.


우리집 가훈이다.
장래희망을 발설하지 마라.
절대 네버 에버.


그래,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면

나는 1980년대로 가서 폭풍 쇼핑을 하고 돌아오고,

2호는 100년 전 미국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그런 소원을 빌기로 했다.

1호는 아직 물어보지 못했다.

궁금하네. 뭐라고 할지.


커피메이커 갖고 싶다.

사고 싶다.

화르르 불타고 있다. 아~~ 갖고 싶다. 갖고 싶어.

지니~~~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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