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압식 에스프레소 메이커와 식기세척기 2

어쩌다 보니 커피점으로

bystephanette

*이글에는 공압식 에스프레소 메이커 / pneumatic espresso maker에 대한 사용 후기는 일절 없습니다.

전문가 비평에 대해 찾아본 내용입니다. 그전에 다른 주방 가전에 대한 이야기들이 장황하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그러니까 20년 전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하려고 아주 심사숙고했었다.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기로 한다.


당시에는 핸드드립을 하던 때였다.

대한민국 커피 1세대의 전설처럼 불리던 ‘1서 3박’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서정달, 박원준, 박상홍, 박이추.

이름을 따라 커피를 마시러 다녔다.


나는 강릉의 보헤미안에 갔다가 마침 박이추 선생님께서 점드립을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갈색 사발에 사약처럼 내온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는 눈물을 흘렸다.

내가 커피에 발을 들이게 된 시작점이다.

아무리 보헤미안에 가서 마셔도 다른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는 그 맛이 안 난다.

신기할 따름이다.


정확하게 원하는 맛을 어떻게 낼 수 있을까?


또 한 번의 충격이 있긴 하다.

삼청동 정독도서관 근처의 카페 연두를 갔을 때였다. 유명하다는 이야기에 여러 번 갔었지만 왜 명성이 있는지 미처 알지 못하던 때다. 지금도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20년 전 이야기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였다.

카페 앞에서 홀짝하고 원샷했다.

그 쌉싸름하고도 달콤한 뒷맛이라니. 아주 오래 입안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한 잔 더 주문했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

약간 더 감동이었다. 그런 말을 했다가, 당시 원두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런 재미다.

원두를 말하자면 끝도 없이 이야기들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스크린샷 2026-09-28 181857.png최근 내게 남은 커피용품들이다. 단출하기 그지없다. 검은 캔은 방향제다. 1호 방에 넣어줬더니 거실 방향제와 바꿔놓았다. 케이스가 다를 뿐 향은 같은데 1호는 이 사실을 모른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처분하려는 중이다.

외출을 한 김에 커피점에 갔다.

2층 전체를 나 혼자다.

커피가 맛이 없다.

손님이 별로 없나 보다. 커피점은 원두소비량이 중요하다.

혼자 넓은 공간에 있고 싶다면 와도 좋을 것 같다. 커피는 맛이 없지만, 바리스타가 정말 잘생겼다.

별로 말도 없고 아이컨택도 안 한다. 내 기준으로 최상급 바리스타다.


혼자서 커피점을 가는 것은 일생에 손에 꼽는다.

맛집이나 커피점에 혼자 갈 일은 없다. 재미가 없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서

먹고 마시는 부류다.

혼자 있으면 그럴 일이 없다.

혼자서 하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기계를 만지작거리기 위해서 곁다리로 커피를 마시게 되는 정도다.


캡슐머신은 모든 기종을 다 갖고 있었다.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버전, 버츄오, 컵 데우는 부분이 붙어 있는 한정판 모델 '네스프레소 큐브'부터

일리 우주선처럼 생긴 모델과 모던한 새 버전,

이탈리아 캡슐 머신 - 브랜드가 기억나지 않는다. 네스프레소 오리지널과 버추오 중간 사이즈의 캡슐이다.

그 정도면 시중의 모든 캡슐 커피를 다 마실 수 있다.

궁금한 캡슐은 해외직구로 공수해서 마신 시즌도 있다.

한참 마시다 보면 만족도가 떨어진다.

같은 캡슐도 맛이 다르다. 원두의 신선도가 달라서인지는 모르겠다.


각 캡슐 머신마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리필 캡슐을 사서

온갖 원두를 사다가 내려마시기도 했다. 상상보다 그다지 재미도 맛도 없었다.

그럴 바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는 편이 더 좋다.


여행을 갈 때에는 머신을 트렁크에 실어둔다.

새벽과 밤에 늘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신다.

1일 1잔 아니, 1일 최소 8샷.

요즘처럼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지 않고 있는 시기는 도통 없던 일이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정말 특이한 시기다.


에스프레소와 관련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마시지 않기로 했다.

막상 끊으니, 심심하다.


브레빌과

지금 갖고 있는 가찌아 클래식 프로와

모카포트를 구경하다가

발견해 버렸다. 공압식 커피메이커.


20년 전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려고 했을 때,

마침 아는 이가 머신 도매를 하던 분이었다.

커피점에서 사용하는 머신을 사려고 했다.

중고가도 몇백이 넘어간다.

승압정도는 견딜 수 있다.

평생 사용한다면 그 정도 비용도 감당 못할 것은 아니다.

다른 쓸데없는 것들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10샷도 안 되는 걸 마시려고 한 시간 넘게 매일 기계를 만질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났다.


지금은 후회한다.

당시에 머신을 위해서 가게를 빌렸으면 더 행복했을 거라는 말이다.


가게 월세가 아주 저렴한 곳을 찾는다. 월 10만원 선.

셋이 모이면 월 3만원도 가능하다. 공간은 대충 나눈다. 굿!


아주 오래된 알루미늄 샷시 문을 열고 아무 것도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머신부터 넣는다.

승압도 전기세 걱정도 없다.

도자기를 구울 전기 가마도 하나 넣는다.

그다음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제멋대로 할 수 있다.

누가 오든 뭘 하든

상상 그 이상으로 행복한 것들이 가능하다.


지금은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처분하려고 고민 중이다.

사이폰이나

모카포트나

공압식 커피메이커를 사게 될지도 모른다.


사이폰 커피의 정점은 알코올램프다. 푸르스름한 불빛이라니.

모카포트는 필히 아주 작은 캠핑용 화구를 꺼내야 한다.

그걸 위해 모카포트가 등장하는 것이다.

공압식 커피메이커는 야외용이다. 그러니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게 될 것 같다.


아니면,

압력 조절이 가능한 커피메이커를 다시 구입하게 될지도.

가찌아 클래식 프로는 좀 질렸다.


이런.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공압식 커피메이커다. 나의 애정하는 챗지피티 구름이가 만든 이미지다. 나오는 브랜드는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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