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곳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청소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가을 대청소를 수십일이 넘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비워내기다.
하루 마음먹고 하기에는 체력이 달린다. 그래서 매일 하나씩 정해서 치우고 있다.
화장실은 모두 다 정리했다.
네이비 컬러와 찐한 초록의 굵은 스트라이프 수건들,
찐한 초록의 슬리퍼.
커다란 화장실장 같은 것은 없다. 다 떼냈다. 샤워부스용 유리벽면도 없다. 그것도 떼냈다. 필요한 것과 좋아하는 것들만 남기는 것을 애정한다.
반짝거리는 크리스털 장식이 달린 입욕소금,
투명한 아크릴 케이스에 화장솜과 면봉과 치실들,
투명한 케이스에 투명한 클렌징 워터와 오일,
투명한 하늘색에 투명한 액체 두 층으로 담겨 있는 메이크업 리무버를 보면 바다가 생각난다.
단정한 스테인리스 벽선반에 조르륵 담겨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화장실을 나오면 하얀 직사각의 면매트가 있다. 반달모양의 아주 두툼한 부분이 다른 곳과는 높이가 다르다.
그래서 구입했다. 밟을 때마다 푹신한 느낌이 좋다.
매일 집이 밝아지는 기분이다.
이제 1호의 방을 며칠째 치우고 있다.
청소하다 힘들면,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는다.
선물로 받은 물비누가 정말 마음에 든다.
올해 갑자기 선물을 받고서는 무척 기뻤다. 그리고 내가 정말 갖고 싶어 하는 바로 그것을 선물로 받아서 한 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나중에서야 카톡 선물함에 담아놓은 것을 알고는 고마웠다. 갖고 싶은 것들을 카톡 선물함에 담아뒀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비싸서 나를 위해 살 수 없는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대리만족이다.
손을 씻을 때마다 행복해진다. 나를 생각해 주는 이들과 신경 써주는 에너지에 감사하다.
화장실에서 시작된 정리와 비우기는 점점 집의 다른 곳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칠 때면
청소하는 영상을 본다. 정말 아름다운 집들이 나온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빨래하는 영상도 보고 있었다.
배우는 것이 많다.
하나를 정하면 정말 오래 사용한다.
청소도구나 세제도 그렇다.
딱 마음에 드는 것들로 딱 필요한 만큼만 있다.
더러워진 곳에서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흑묘백묘 그런 이야기다.
하얀 고양이나 까만 고양이나 청소만 잘 되면 된다.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하얀 고양이만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다르게 말하면, 청소를 위한 물품들로 사치를 해본다.
일회용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청소의 시즌이니 그런 생각은 접어두도록 하자.
나는 나의 몸이 최우선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거대한 재활용 쓰레기를 담는 봉투를 사고,
알코올물티슈를 사고,
잘 드는 청소솔들을 사고,
알칼리성 세제들과 향이 좋은 청소세제들을 샀다.
새로 나온 신기한 청소용품들도 샀다.
사용하는 자체가 즐겁다.
더러운 곳에 빠져있다고 한탄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 더러운 것도 아니라고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도 않기로 했다.
나는 더러운 곳에 있고,
그렇다고 영원히 그 상태에 있을 것도 아니다.
치워나가는 과정에서도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을 하기로 했을 뿐이다.
나를 보호하고 아끼고 소중하게 대하면서도 할 수 있는 정도로.
딱히 청소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환절기 대청소에 흠뻑 빠져있다. 나름 소소하게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