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쿠션의 필요성

나는 다큐보다 문학이 좋다.

bystephanette

나는 쿠션성애자다.


푹신하다.

폭 안겨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질감이 멋지다. 부들부들하거나, 매끈하거나, 거친 직조감이 느껴지거나, 맨들 거리는 입자들이 느껴지거나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딱딱함을 잘 느끼지 않도록 해준다.

하나와 여러 개는 또 다른 느낌이다.


관계에서도 그렇다.


거리가 멀수록 쿠션을 많이 사용한다.

당구의 스리쿠션 같은 것이다.

목적지는 하나이지만, 가는 과정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나는 사람과의 거리에 따라

사용하는 쿠션의 개수와 질감들이 거의 정해져 있다.


필요 없는 에너지를 쓰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글이라고 하면

나는 다큐보다는 문학을 애정한다.

아주 사소하고 구체적인 특정 상황에 대한 은유와 비유와 예시들로 표현하는 방식이 좋다.


어쩌면 상대의 방어를 자극하지 않고 더 깊이 소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는 쿠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혈맹들과는 주로 그렇다.

그것은 아마도 너무 잘 알고 오래되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쿠션보다는 내 구조를 봐주는 사람들을 애정한다.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최근에는 생각을 조금 바꿨다.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딱딱한 모서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까울수록 더 세게 부딪힐 때가 있다.


잘 안다고 생각해서 설명을 생략하고,

오래 봤다고 생각해서 완충을 생략한다.


친밀함은 직접성의 면허가 아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더 많은 쿠션들을 사용하기로 했다.

폭신폭신하고 따뜻하고

좋은 쿠션들을 구비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문학소녀가 되어가는 것인가.
수줍어해야 할 것만 같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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